최근 정국을 휩쓸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에서부터,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솔솔 나오고 있는 탄핵 언급까지 그 뒤에는 여소야대라는 힘의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국회의석 과반수 이상을 점한 민주당의 이런 주장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2년 남짓 남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검찰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탄핵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아
14일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당대표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윤 대통령을 직접 압박하는 모양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석 민심을 전하며 “(국민들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정말 문제고, 사고를 많이 친다고 얘기를 많이 하고, 또 대통령이 뭘 모르는 것 같아 불안하다”면서 “심지어 이러다가 (윤 대통령이) 임기는 다 채우겠느냐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입을 빌려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친명(친이재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도 지난 8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분노가 쌓이고 있다. 이 나라 최고권력인 대통령의 권력도 촛불 앞에서 내려왔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며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고 과거 정치적 문법과 신공안시대로 돌이키려고 하는 것은 반드시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고 임기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문재인 정권을 창출한 민주당 입장에서 탄핵은 언급하기를 꺼리는 소재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의 경우 민주당 당론으로 정해 발의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탄핵소추로 이어지기 까지는 쉽지 않다.
우선 대통령 탄핵의 경우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가 필요한데 현재 민주당은 299석의 국회의원 재적인원 중 169석(56.52%)을 점하고 있어 탄핵안 발의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탄핵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인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 즉 199석(66.6%)가 필요한데, 이 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무소속과 군소정당의 의석을 모두 더해도 184석에 그친다.
탄핵 정국에 따른 역풍도 고려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기는 하지만, 비판적인 중도층이라도 탄핵은 너무 나갔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층은 더욱 결집할 수 있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서도 이번 친명 최고위원들의 강성 발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이냐 명이냐, 2024년 총선이 승부처
탄핵 언급이 그야말로 언급으로 그친다고 해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과 정부의 갈등은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향후 2∼3년간 재판이 이뤄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과반수를 점한 민주당이 정부 입법에 회의적일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이미 정부가 빠른 처리를 원하고 있는 반도체 특별법을 비롯해 각종 법안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김 여사에 대한 특검논란 등으로 인해 각 상임위에 상정되지도 못한 채 계류 중이다. 8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에 난항을 빚었던 종부세법은 갈피를 잡지 못하다 결국 ‘반쪽 처리’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부자 감세’ 프레임에 대응해 1주택자 종부세 기준을 14억원에서 12억원까지 낮추는 안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당의 핵심과제인 법인세율 인하는 민주당의 반대가 컸다. 민주당은 이 밖에도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귀) 시행령 등 이른바 ‘시행령 정치’도 국회법 등을 통해 막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은 향후 국정조사를 요구한 ‘대통령 집무실·관저 관련 의혹 및 사적 채용 의혹’이나 김 여사 특검 등에 대해 정기국회에서 공론화하며 여론전에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국회의 치고받는 공방 속에 사실상의 승부처는 2024년 총선이 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가진 총선의 승리 여부에 따라 두 공당의 운명은 물론 이 정부의 후반기 동력이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콘크리트 지지층인 보수층이 등을 돌리며 여전히 30% 초반대의 지지율을 보이는 윤 대통령의 경우 서서히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다가올 총선에서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만약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국정운영에 필요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어렵고, 조기 레임덕이 올 가능성이 있다.
지난 대선 패배의 그늘에서 벗어나 당권을 잡은 이 대표로서도, 차기 대권 노리려면 총선을 승리로 장식해야 한다. 총선에서 패할 경우 대선 때 불거진 책임론이 또다시 제기되며 대권가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현재 당권을 장악한 이 대표는 차기 총선과 윤 정부와의 정쟁을 대비해 당내 친정체제를 더욱 공고히 다지고 있다.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인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이 정무조정실장으로 당대표 비서실에 합류했다. 정 전 실장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성남라인’ 대표 인사다. 이 대표는 또 지난 대선 친명계 핵심 인사로 급부상한 김병기 의원을 수석사무부총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2024년 총선의 경우 정부와 양당에 끼치는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라며 “지금 상황(여소야대)이 계속될 경우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각종 법안의 입법처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