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21대 국회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지난 6월 30일 윤리특위 활동 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자동 종료되면서다. 보좌관 성폭행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박완주 의원(현 무소속) 등 국회의원 징계안 22건에 대한 심사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여야가 윤리적 잣대를 높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윤리특위 재구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 윤리특위는 활동 기간 만료에 따라 76일째 공백 상태다. 윤리특위는 2020년 9월 1일 여야 합의로 이듬해 6월 30일까지를 활동기한으로 정해 구성된 바 있다. 지난해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두고 활동 기간이 1년 연장됐지만, 이후 추가적인 임기 연장 없이 지난 6월 30일부로 자동 해산됐다.
국회 윤리특위는 의원의 자격심사·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는 비상설 특위다. 겸직, 이해충돌 행위 등 국회법을 위반한 의원에 대해 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대 의원직 제명에 이르는 징계 조치를 할 수 있다.
21대 국회에는 이날까지 21명의 의원에 대한 총 22건의 징계안이 계류돼 있다. 보좌관 성폭행 혐의를 받는 무소속 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지난 5월 박 의원을 당에서 제명하고, 윤리특위에 엄중한 징계를 요구했다. 정대협 기부금과 단체 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무소속 윤미향 의원에 대한 징계안도 제출됐다. 윤리특위의 전문가 자문기구인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가 지난 1월 윤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건의해 윤리특위는 윤 의원 징계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리특위 해산으로 이들 징계안은 모두 국회 사무처 의안과로 회송됐다. 소관 위원회가 없어 추가적인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상태다. 징계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윤리특위를 다시 구성해야 하지만, 여야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윤리특위 구성에 소극적”이라며 “국민의힘에 여러 차례 구성을 권했는데 부담스럽다며 슬슬 피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윤리특위 구성이 늦어지는 데 대해 “그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이제 곧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깊은 만큼 여야가 윤리특위를 구성해 윤리적 기준을 스스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민선영 간사는 “국회의원들은 ‘제 식구 감싸기’로 언제나 면책을 받고 다른 공직자들보다 질책을 받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국민적 신뢰가 떨어져 있는데, 이를 회복하기 위해선 윤리특위가 제대로 운영돼야 한다”며 “윤리특위가 1년 정도씩 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불안정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상설특위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