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대의 가야금이 만들어내는 형형색색의 화음이 객석을 찾아간다.
국내 가야금 연주자들의 결사체인 사단법인 한국가야금연주가협회가 오는 18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9번째 정기연주회를 가진다.
2012년 창립된 이 협회는 지난 10년간 가야금 연주자들이 영리 목적과 무관하게 국내 가야금 음악의 원활한 보급과 고취를 목적으로 다양한 무대를 소화하며 명맥을 이어왔다.
이번 연주회에서 협회는 전통과 창작을 두루 아우르는 폭넓은 연주곡을 선보이며 여러 감상층의 관객들을 모두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첫 순서 ‘도드리·돌장·하현도드리’는 전통음악의 한 갈래인 정악(正樂)을 연달아 연주하는 곡이다. 정악의 기본이 되는 도드리, 악곡과 악곡을 연결해주는 돌장, 한국의 대표적 전통악곡 ‘중광지곡’ 중 하현도드리까지 35명의 가야금연주자들과 2명의 대금 1명의 장구 연주로 편성하여 연주된다.
청명한 가야금 소리가 정확한 박자에 의해 전개되며 울려퍼지는 것이 특징이며, 정악 연주의 대가이자 협회 이사장인 양연섭 한양대 국악과 명예교수를 필두로 40명이 합주를 펼쳐보인다.
두 번째 연주곡 ‘La Mer: 바다의 춤’은 바다의 모습을 선율로 형상화한 창작곡으로 3장으로 구성돼있다. 작곡가 추수빈의 이 작품은 연주자 최나리 외 10명이 바다의 넘실거리는 풍경을 묘사한다.
셋째 작품 ‘저녁노래 IV’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역임한 이건용 작곡가의 대표작이다. 김일륜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교수를 비롯해 12명이 연주하는 이번 곡은 태양이 산 뒤로 저물어가며 점차 드리우는 어둠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한 명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녁노래 IV는 국내 최고의 가야금 연주자 중 한명인 김 교수의 ‘김일륜 가야금 이건용 작품집’ 수록곡이기도 하다.
넷째 순서의 ‘도깨비’는 현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방문교수로 재직중인 미국 작곡가 도날드 워맥의 작품이다. 도깨비는 국악 창작음악 분야에서 다소 생소한 구성인 12현 가야금(산조 가야금)만으로 연주되는 곡으로, 한국의 민화 등에 등장하는 도깨비를 소재로 하고 있다.
사방에 출몰하는 도깨비를 연상시키듯 가야금 현을 때리거나 독특한 추·퇴성 등의 기법을 활용해 연주하는 것이 이번 곡의 특징이다.
도깨비는 가야금 협주를 위해 작곡가 이재준이 편곡했으며, 연주자 박다솜 외 10명이 합주한다.
다섯번째 작품인 ‘이성천 선율에 의한 가야금합주 ‘기억의 박동’’은 안현정 작곡가가 한국 창작음악 및 이론 분야의 대가였던 故 이성천 서울대 명예교수의 기작품 선율에 기초해 창작한 것이다.
안 작곡가는 위대한 음악가이자 교육자였던 이 전 교수가 생전에 남겼던 여러 가야금 작품을 기억함과 동시에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를 향유하고자 하는 마음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고인에 대한 헌사의 성격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지난 2013년 초연됐었으나 이번 공연을 위해 안 작곡가가 새롭게 개작했다.
이 작품은 곽재영 연주자 외 24명이 타악 연주자 최영진의 반주로 연주한다.
끝 순서인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는 가야금 민속악의 전설적 인물인 죽파 김난초(1911~1989) 명인이 생전에 창작한 산조를 그 직계 제자인 박현숙 명인을 중심으로 38명의 연주자가 장구 반주와 함께 선보인다.
특히 박 연주자는 김 명인의 생전 그에게 오랫동안 지도를 받았던 수제자인 만큼 국내 연주자 중 그 누구보다도 김죽파 산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다. 그의 주도 아래 38명의 연주자가 단합해 꾸미는 마지막 무대는 가야금의 진면목과 산조의 색채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구 장단은 최영진 연주자가 맡는다.
이번 공연은 전석 초대로 진행되는 만큼 누구나 방문해 가야금의 정취를 한껏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