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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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 주도 정상회의에 간 에르도안 “SCO 가입 추진”

반미동맹 확대하는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간 국방·안보 분야 협력 강화
달러패권 대응 독자 결제시스템 구축
글로벌 경제안보 블록구축 경쟁 가속

튀르키예 가입경우 나토국 중 첫 사례
中·인도 정상, 푸틴에 “우크라전 우려”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가 회원국 국방·안보 분야 협력 강화와 미국 달러 패권에 맞설 독자 결제시스템 도입 구상을 밝히면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진영의 글로벌 경제안보 블록 구축 경쟁이 더욱 가속화할 조짐이다.

SCO 참석 정상들 기념촬영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16일(현지시간) 열린 제22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사마르칸트=타스연합뉴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15∼16일(현지시간) 열린 SCO 정상회의가 지역 안보와 경제발전 등에 대한 입장을 담은 사마르칸트 선언문을 채택하며 폐막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 등이 18일 보도했다. 사마르칸트 선언문은 회원국 간 국방·안보 분야 협력 강화와 SCO 확장, 회원국 통화 결제수단 이용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SCO는 2001년 중·러 주도로 출범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인도 등 8개 정회원국으로 구성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세계 인구의 41%,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한다.

SCO는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시스템과 달리 권위주의 국가 중심의 협의체이기도 하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중동의 최대 반미 국가인 이란이 정회원국 가입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고,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 또한 가입을 적극 추진하는 등 반미 색채가 농후해졌다.

정상회의에 특별 게스트 자격으로 참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도 17일 SCO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의 SCO 가입이 성사되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중 첫 사례가 된다.

미국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뭉치는 이들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경제안보 블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2017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고, 이후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의 안보협의체)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를 통해 중국 포위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면서 대중 견제 전략을 더욱 공고히 했다. 한국 등 IPEF 14개 회원국의 GDP는 전 세계 총액의 40% 정도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SCO 정상회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시 주석은 32개월 만의 첫 외국 방문을 통해 11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했고, 미국 등 서방에 대해서 각을 세우면서 SCO 회원국과의 협력·결속 강화를 위한 각종 구상을 내놨다.

경제 분야에서는 SCO 내 지역 통화를 활용한 독자 지불·결제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자며 달러 패권에 맞설 구상도 제안했다. 사마르칸트 선언문에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맞서 강조해온 ‘집단화·이념화·대항적 사고를 통한 국제·지역 문제 해결 반대’도 대부분 반영시켰다.

시 주석은 특히 소련권인 중앙아시아에서 맹주 역할을 하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힘이 빠진 상황에서 중국의 현지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SCO 정상회의에서도 곤경에 처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군으로 여겼던 중국과 인도 정상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받으면서 고립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우려와 의문’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라고 푸틴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유엔에서 러시아의 편이 돼준 든든한 지원군이었는데,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SCO 정상회의에서 이들 두 나라 정상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나기천 기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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