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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정치가 ‘행방불명’ 됐다 [심층기획 - '정치의 사법화' 심화]

‘정치력 부재’ 여야 반성은커녕
정쟁 이슈화… 정략적 사법 이용

한국 정치의 중심인 여의도에서 정치가 ‘행방불명’됐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고소·고발과 소송이 빈 공간을 메우면서다. 각자가 헌법기관인 의원들이 정치력 부재로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기는커녕, 수사기관과 법원으로 이슈를 끌어가서는 ‘대신 해결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단순 정쟁을 넘어 상대방의 ‘정치 생명’을 단절시키기 위한 ‘사생결단식 정치’만 남았다는 질타가 각계로부터 쏟아지는 이유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치권은 그러면서도 정작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화살을 경찰, 검찰, 법원으로 돌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자신들의 ‘전장’을 국회로도 모자라 형사사법시스템 전반으로 확장시키고 있는 셈이다.

18일 세계일보는 각 분야 인사들에게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물었다. 한목소리로 여야의 정치력 부재가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음을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정치권이 문제를 안에서 풀려는 능력과 의지가 없고 그저 정략적으로 사법을 이용하고 있다”며 “정치가 ‘좁쌀 정치’가 되고 말았다”고 했다.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채진원 교수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이 정당의 기본”이라며 “사회의 파편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정당마저 제 역할을 못 한 채 파편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채 교수는 “정치권이 직접 풀어야 할 문제를 법원으로 가져가서 소송으로 풀려고 하면 더는 대화가 오갈 수 없고, 대화할 필요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으로부터 ‘유탄’을 맞고 있는 법조계도 할 말이 많다.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일도양단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판결과 달리 서로 양보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정치의 미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협회장은 “지금처럼 본인의 능력을 넘어서는 ‘감투’를 쓰고 정치적 해결이 아닌 외부에서의 해결만 바라보는 무능한 정치인들이 정치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은 “수사 결과보다는 고소·고발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는 것에 관심을 갖는 정치만 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문제의 반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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