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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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 불만 표심 반영됐나…이용호 ‘예상 밖 선전’ 의미는

與 원내대표 朱 선출… 李 ‘예상 밖 선전’ 배경·의미

호남 지역구·민주 출신 재선 李
朱 ‘맞수’로 스포트라이트 집중
“영남당 되지 말자” 벼랑끝 호소
쇄신 기대한 의원들 표심 얻어

윤핵관 주도 ‘朱 추대론’ 역효과
일각 “비상 아니었다면 李 당선”

국민의힘 신임 원내사령탑으로 주호영 원내대표(5선)가 19일 선출됐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주 원내대표의 ‘맞수’였던 이용호 의원(재선)에게 집중됐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이 ‘주호영 추대론’을 내세웠는데도 이 의원한테 상당한 표심이 쏠려서다. 당 안팎에서 나왔던 ‘어대주’(어차피 원내대표는 주호영) 관측은 결과적으로 들어맞았지만, 압도적 표차가 아니었다는 데 여권은 주목하고 있다. 당내에선 친윤(친윤석열) 그룹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지역구는 호남(전북 남원·임실·순창)이다. 지난해 12월 대선 정국 당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입당한 지 10개월이 채 안 됐다. 그런데도 관록의 5선 의원이자 원내대표 경력이 있는 주 원내대표에 맞서 42표(39.6%)를 얻었다. 주 원내대표(61표)와는 19표 차다.

이를 두고 한 중진 의원은 “윤핵관들에 대한 불만이 표심에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간 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데는 분명 윤핵관의 책임이 있는데, 그들이 자꾸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내세워 주도권을 행사하려 하니 쌓였던 불만이 이참에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그간 윤핵관 인사들이 당무 전반을 주도하는 기류를 두고 당내에선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낀 현역 의원들이 적잖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각종 인연으로 얽힌 이들 중심의 윤핵관 그룹에 끼지 못하는 다수 의원 사이에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윤핵관 그룹이 자세를 낮추고 의원들을 아울러야 하는데, 초반부터 지나친 ‘적극성’을 발휘한 탓에 당내 민심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의 ‘참신성’을 높게 산 의원들이 ‘이대론 안 된다’는 인식 속에 당 쇄신을 기대하고 그에게 표를 던졌다는 의견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특히 호남 지역구 출신인 이 의원이 연설에서 ‘영남당이 되지 말자’고 호소한 것을 보고 의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주호영 추대론’이라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았던 것이고 당연히 경선으로 가야 했다”고도 했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와 당 지도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석기 사무총장, 이용호 후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 권성동 의원,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윤핵관 그룹이 띄웠던 ‘주호영 추대론’이 다른 의원들한테 부정적인 인상을 줬다는 취지다. ‘원조 윤핵관’으로 통하는 장제원 의원이 ‘2선 후퇴’를 선언한 데 이어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각종 실수로 리더십을 잃고 5개월 만에 물러났는데, 또다시 윤심을 내세운 이들이 원내대표 선출에 ‘추대’ 운운하며 거침없이 개입하려 한 것에 대한 경고장을 날렸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당선은 ‘리더십 붕괴’라는 비상상황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 의원은 “평시였다면 변화를 바라는 의원들의 표심이 더 크게 결집해 이 의원이 당선됐을 수도 있다”며 “다만 지금은 당이 어려운 상황이니 주 의원의 검증된 리더십이 소구력을 가졌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중진은 “결국 이번 투표 결과는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얼마나 변화를 크게 요구하고 있는지 인식하라는 메시지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