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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농업 돌파구로… 국내에선 시범사업 ‘첫발’ 내딛다 [농어촌이 미래다-그린라이프]

농업의 미래…노지 스마트팜

(상) 노지 스마트팜 어디까지 왔나

농촌 고령화에 영농 차질 타개책 급부상
기존 농업에 빅데이터·AI 최신 기술 접목
스마트 농업은 세계적 추세… 시장 고성장

국내는 시설원예 위주… 경지 면적도 미미
정부, 2020년부터 노지 콩 생산 시범사업
걸음마 뗀 노지 스마트농업 활성화 박차
신규사업∼과제에 2024년까지 826억 투입
노지 농업의 디지털 전환 기반 조성 ‘속도’

낙농진흥회 의결… 음용·가공유 분리 책정
세부 실행안 마련 위한 실무 협의체 구성
원유 생산비 ℓ당 52원 올라 가격 인상 예상
농업의 위기다.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업의 노동력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농업의 위기는 식량안보 위기로 이어진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으면서 식량 주권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45.8% 수준이다. 특히 주식이라 할 수 있는 쌀, 밀 등 곡물 자급률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농업의 위기, 식량안보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스마트농업이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정부도 국정과제로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를 꼽고, 스마트농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스마트농업은 ‘유리온실’ 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시설 위주로 이뤄진 게 사실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농업의 절대 다수인 노지 작물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세계일보는 노지 스마트팜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본다.
방제로봇

“농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스마트농업을 확산하기 위해 스마트팜 보급·교육과 임대형 스마트팜을 확대하고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스마트농업의 교육, 기자재 실증 및 수출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5월 취임사를 통해 농업의 미래를 위한 스마트팜 보급 확대를 강조했다. 정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스마트농업을 꺼내든 것은 우리 농업이 변화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2000년 403만명 수준이던 농가 인구수는 20년 만에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었다. 농가 인구의 감소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져 영농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 노동력 부족으로 적기영농에 어려움을 경험한 농가 비율은 50∼70%에 달한다.

농가 인구가 고령화하고 신규 농업인 유입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스마트농업은 미래 농업의 방향성이다. 스마트농업은 기존 농업에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형태를 의미한다.

‘스마트팜’은 스마트농업의 하위 개념으로 ICT 등 첨단기술이 접목된 특수한 형태의 농업 생산시설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ICT 기술이 적용된 비닐·유리 온실, 축사, 식물공장 등이 스마트팜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스마트농업은 주로 시설농업에서 이뤄져왔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보급은 시설원예 6485㏊, 축산 농가 4743호 수준이다. 시설농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스마트팜 보급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농가 전체로 보면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시설원예 면적은 8만2810㏊로, 전체 농경지(154만6717㏊)의 5.4%에 불과하다. 결국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지 스마트농업 확산이 필요한 이유다.

스마트농업 확대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농업 시장은 연평균 9.8% 성장해 2020년 137억달러에서 2025년 220억달러(약 30조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는 시설원예 스마트팜 시장이 14억달러에서 21억달러로 증가하는 동안, 노지 스마트팜 시장은 70억달러에서 128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에 따르면 노지농업의 비중이 시설농업에 비해 월등히 크며, 농업용 드론 및 자율주행 트랙터 시장이 시설원예 스마트농업 시장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시설원예 스마트팜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노지 스마트팜 시장보다 높다.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 발간한 ‘스마트팜 기술 및 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2017년 4493억원에서 연평균 5%씩 성장해 올해에는 5조9588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노지 스마트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농식품부는 2020년부터 2년간 총 338억원을 투입해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북 안동과 충북 괴산에서 노지 콩 생산 등의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농촌진흥청도 2019년부터 농업 빅데이터 수집 및 생산성 향상 모델 개발, 인프라 구축 사업 등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농식품부와 농진청,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설원예에 비해 그동안 소외됐던 노지 스마트팜 분야 활성화를 위해 신규 세부사업 및 과제를 편성해 2024년까지 826억원의 국비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노지 스마트농업 모델은 △소규모의 복수 농가로 구성된 영농조합 △마을 단위 이상의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영농 방식을 디지털화하기 위한 인프라 정비 △기술·제품·서비스 공급을 공공에서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추진되고 있다.

성제훈 농진청 디지털농업추진단장은 “우리나라 농업이 직면한 농업 생산인구 감소와 고령화, 신규 농업인 진입장벽, 기후변화 등에 따른 농업·농촌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내 농업 생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노지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드론 파종

◆내년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 우윳값 얼마나 오를까

 

우유 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를 바꾸는 낙농제도 개편안이 최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우유의 원료인 원유에 대한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된다. 핵심은 음용유와 가공유의 가격이 다르게 책정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장 우유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에 따라 세부 실행방안 마련을 위한 실무 협의체 구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부터 낙농제도 개편을 추진해왔다. 개편안은 시장 수요와 무관하게 원유 가격을 결정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에 따라 음용유·가공유를 구분해 가격을 달리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로의 변경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낙농제도 개편안은 그동안 정부와 낙농가, 유업체 간 입장차를 보여왔다. 수차례에 걸친 간담회와 설명회 끝에 낙농진흥회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및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구조 개편을 결정했다. 또 세부 실행방안 마련을 위해 낙농가·유업체·정부 등이 참여하는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나오기까지는 추가 협의 과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낙농가를 중심으로 원유 가격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우유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편안은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은 더 낮추는 방식이다. 도입 시 유업체가 가공유 제품을 더 싼 값에 사들여 유가공 제품의 판매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정부는 최근 원유 생산비 인상에 따라 우유 가격 상승 요인이 있지만, 얼마나 인상될지는 확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보는 “최근 원유 생산비가 ℓ당 52원 오른 만큼 올해 원유 가격이 상향 조정될 여지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우유 가격이 반드시 원유 가격의 약 10배만큼 오르내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 차관보는 “우유 가격에는 원유 가격 외에 유류비, 인건비, 포장재비 등도 반영된다”며 “다른 요인도 우유 가격 변동을 충분히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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