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형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지난 6일, 포항에선 자정부터 6시간 동안 500㎜가 넘는 물벼락이 쏟아졌다. 하천과 소하천이 범람하며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났다. 피해가 집중된 대송면·오천읍·동해면·구룡포읍·장기면 등 남구지역은 성인 남성의 어깨까지 물이 들이차며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포항시 조사 결과 16일까지 9432가구의 주택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남구 장기면에 거주 중인 A씨가 마당에서 앨범을 말리고 있다. “지금까지 추억이 다 사라질 뻔했다. 자식들 어렸을 때 모습, 결혼식 사진 등 50~60년 전의 추억이 젖어 버렸다. 집에 물이 들이차자 몸만 피했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벽지며 장판, 가재도구까지 쓸 만한 게 남지 않았다. 벽이랑 바닥이 말라야 장판이라도 깔고 눕는데 보일러도 고장 나 난방도 못하고 있다.”


특히 대송면 제내리의 경우 폭우로 전체 1135가구(2001명) 중 90% 이상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더욱이 이번 태풍은 저지대나 하천 인근에 거주 중인 취약계층에 더 많은 상흔을 남겼다. 겨우 200만원 남짓의 재난지원금으로는 도배는커녕 살림살이를 장만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남구 구룡포읍에서 제일제면 공장을 운영 중인 하동대씨는 51년째 이어진 제일국수공장의 2대 사장이다. “몇 해 전 해안가 근처에 늘어가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대량의 건조시설을 갖춘 신식 공장을 세웠다. 아무리 폭우라도 해도 논 옆으로 흐르는 폭 3~4m 정도의 소하천이 범람해 공장 안으로 물이 들어와 어깨높이까지 차오를 줄 몰랐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열흘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이건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다. 기계들은 멈추고 포장해 놓은 국수들도 못쓰게 생겼다. 앞으로 3개월간은 해풍국수를 판매하지 못할 거 같다.”

군 장병, 공무원, 시민단체를 비롯해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연일 피해 복구와 대민지원에 구슬땀을 쏟고 있다. 현재까지 도로 유실과 토사 유출 등 피해를 입은 국도와 지방도로의 복구를 대부분 완료했고, 자원봉사자들의 지원과 청소차, 환경미화원 등을 집중 투입해 침수 주택 등에서 발생한 폐가재도구 등 재난쓰레기도 92% 이상 처리했다. 하지만 아직 이재민 대피소에 아파트 지하 시설의 침수된 전기 설비 교체 등 완전한 전기 복구가 안 돼 200여 명이 머물고 있다. 그리고 해변의 쓰레기와 소하천 정비는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


늦가을로 접어들며 일교차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피해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는 한시 빨리 도배와 장판 설치 등 주택 복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16일 기준 자원봉사자, 군인, 공무원 등 누적 인원 6만9281명의 인력과 굴착기, 양수기, 덤프 등 중장비 1만441대를 동원해 총 91.4%의 응급복구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시급한 부분을 먼저 챙겼을 뿐, 완전복구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하주차장 참사와 포스코 침수 등 많은 숙제를 남겼다. 전기실 지상층 설치 권장, 지하 설치 시 제반 규정을 강화, 지하주차장 비상 물막이판 설치 규정 등과 같은 항목들을 계속 연구해 재난재해에 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