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중인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주환의 범죄는 그동안 경범죄로 인식됐던 스토킹범죄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사법당국이 스토킹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을 밝혔지만 전국적으로 스토킹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스토킹 범죄는 증가하는 추세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돼 경찰의 수사가 강화된 측면도 있지만, 여전히 스토킹범죄가 경범죄란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진주경찰서는 여성 국선변호인 B씨의 사무실에 기름통을 들고 찾아가 만나주지 않으면 불을 지르려한 혐의로 A(42)씨를 스토킹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일반건조물 방화예비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과거 살인미수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변호를 맡았던 B씨에게 앙심을 품고 수차례 문자를 보내는 등 스토킹을 한 것이다.
스토킹 범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쫓아다니거나 직접 또는 우편·전화·정보통신망을 통해 물건이나 말·글·그림·영상 등을 전달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는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이번 전주환의 사건처럼 스토킹범죄가 다른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스토킹범죄 131건 중 96건, 73%가 주거침입이나 감금, 폭행, 강간, 살인 등 추가 강력범죄로 이어졌다는 통계도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스토킹 범죄로 인한 구속률은 2.7%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신변 보호를 받던 스토킹 피해자가 재신고를 접수한 사건은 7772건 이지만 이중 구속수사가 이뤄진 사건은 211건으로 2.7%에 그쳤다.
법원의 소극적인 판단도 문제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21일 이후 현재까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의 확정 판결 218건 중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공소가 기각된 사례는 68건(31.2%)에 달하고, 집행유예 75건(34.4%), 벌금형 44건(20.2%)이다. 중하게 다스려진 징역형은 31건(14.2%)에 그쳤다. 스토킹 범죄의 피고인 10명 중 1.5명만에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스토킹범죄가 여전히 일반인들 사이에 경범죄란 인식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법조계에선 스토킹범죄에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양형기준을 높이기 위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번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이후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스토킹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또 가해자를 불구속 수사할 때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등 조건부 석방제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