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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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만 방어’ 발언 직후 美·加 군함 대만해협 통과… 中 “미국 정신분열증 드러내” [특파원+]

美 7함대 사령관 “중국, 대만 봉쇄 역량 있어… 국제사회 개입”
中 “우크라 전쟁에서 美 달콤함 맛봐… 대만 문제는 두 강대국간 경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침공시 대만 방어’ 발언 이후 미국과 캐나다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등 ‘양안(중국과 대만)’의 긴장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21일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해군 대변인 마크 랭퍼드 대위는 20일(현지시간) 알리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히긴스호가 캐나다 왕립 해군 호위함 밴쿠버와 함께 대만해협을 통상적으로 통행했다고 밝혔다. 랭퍼트 대위는 “(두 군함은) ‘항행의 자유’에 따라 연안국의 영해에서 벗어난 해협을 지나갔다”며 “이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과 우리 동맹, 파트너의 헌신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미 해군 유도미사일 순양함 앤티텀과 챈슬러스빌이 지난달 28일 대만해협을 지나간 지 3주만이다. 미국과 캐나다 군함이 동시에 항행한 건 약 11개월만이다.

 

미군이 ‘통상 훈련의 일환’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침공시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서겠다고 발언한 직후의 대만해협에서의 군사 활동이어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 방영된 미국 CBS의 심층 인터뷰 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때 대만을 방어할 것이냐는 물음에 “사실, 전례 없는 공격이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이 자국 영토에 속한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며 중국과 대만 사이 대만해협에서 외국 군함의 활동은 제한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대만해협 공해를 민간 선박이 지나가는 것에 대해 경고 등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영해를 제외한 해역은 국제수역으로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면서 군용기와 군함을 지속해서 파견하고 있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施毅) 대변인은 “미국과 캐나다는 추악한 성격의 도발을 감행했고 협력해서 분란을 일으켰다”며 “시시각각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결연히 일체의 위협과 도발을 저지하고,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태평양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해군의 핵심 부대인 미 7함대 사령관이 “중국군이 대만을 봉쇄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 7함대 칼 토머스 사령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매우 큰 해군을 보유하고 있고, 만약 그들이 타이완 주변에 함정을 파견해 위협하려 한다면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실제 중국은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대만을 사실상 포위하는 형태로 6개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토머스 사령관은 “중국이 (대만을 겨냥한) 침공이나 봉쇄를 감행할 지 여부를 알 수 없지만, 그것에 대비하는 것이 나의 책무”라며 “중국이 대만을 겨냥한 봉쇄를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가 개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마스 사령관은 앞서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 중 대만 상공을 넘겨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중국의 미사일 발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방에 있는 고릴라(gorilla in the room)’의 행동이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위협적인 행동에 날을 세운 바 있다.

 

한편, 중국 관영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 발언에 대해 ‘미국의 정신분열증을 드러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즈는 논평에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입장을 고수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로 하고 있고, 한편으로 미국은 대만 독립을 반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만은 독립에 대해 스스로 판단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미국의 정신분열증은 중국에 불안을 일으키고 중국 내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군사 및 재정 지원을 하고, 동맹국의 지지를 받아 러시아를 제재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달콤함을 맛 본 것 같다”며 “대만 문제는 우크라이나 위기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고, 본질적으로 두 강대국 간의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