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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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가정집에 보관됐던 한국전 영국 참전용사 유해 부산유엔기념공원에 안장키로

1951년 파병됐던 제임스 그룬디씨, 30여년간 방한·유엔공원 직원 A씨 수양손녀 삼는 등 한국에 애정 보여와

지난달 사망한 그룬디씨 유해 개인자격으로 모셔온 A씨…정식 안장은 부산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가 관할

보훈처, 유해 국립대전현충원 임시 안장 후 정식 절차 밟아 최고 예우로 안장키로 최종 결정
지난 2019년 부산 남구청에서 강연하는 한국전쟁 영국 참전용사 제임스 그룬디씨. 부산=연합뉴스

 

한국전쟁 중 한국으로 파견돼 근무했던 영국 참전용사 제임스 그룬디씨의 유해가 부산유엔기념공원(재한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다.

 

국가보훈처(처장 박민식)는 지난달 10일(영국 현지시간) 91세의 일기로 별세한 참전용사 그룬디씨의 유해를 국립대전현충원에 임시 안장한 후 절차를 거쳐 부산유엔기념공원에 최종 안장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그룬디씨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2월부터 영국군 시신 수습팀(Recovery Unit)으로 처음 한국땅을 밟아 1953년 6월까지 복무했다. 당시 시신 수습팀의 임무는 전투가 아닌 삽과 곡괭이 등을 이용해 전사자의 시신을 수습하는 것이었다.

 

시신 수습팀 인원들이 수습한 시신은 1951년 유엔군 사령부가 조성한 부산유엔기념공원에 영면했다.

 

이후 그룬디씨는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1988년 동료 참전용사 100여명과 함께 한국을 다시 찾기도 했다.

 

파병 시절 한국에서의 기억을 잊지 못했던 그룬디씨는 1989년부터 30여년 간 매년 한국을 찾는 한편 부산유엔기념공원 직원 A씨를 수양손녀로 삼기도 하는 등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룬디씨가 지난달 사망한 후 A씨는 사후 한국전 전우들의 곁에 묻히고 싶다는 생전 유언에 따라 그의 유해(유골함)를 영국에서 개인 자격으로 모셔온 뒤 국가보훈처에 봉헌 지원 여부를 문의했다.

 

부산유엔기념공원 등의 유엔군 참전용사 안장은 현재 참전국 12개 대사들로 구성된 부산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Commisson for the UNMCK)에서 관할한다. 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면 국가보훈처가 이를 지원하는 구조로 안장 절차가 진행된다.

 

유엔 차원의 정식 절차를 거쳐야 했던 그룬디씨의 안장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A씨는 그의 유해를 자택에서 보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박민식 보훈처장은 “일의 전후관계를 막론하고 그룬디씨의 유해가 가정집에 모셔져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UNMCK 위원회 측의 집행 과정을 나중에 거치는 한이 있더라도 당장 예를 갖춰 모시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보훈처는 그룬디씨의 유해를 21일 오후 4시쯤 국립대전현충원 충혼당에 임시로 모신 후, UNMCK의 결정 등 사후 안장 절차를 거쳐 최고 예우와 함께 올해 11월 쯤 부산유엔기념공원에 안장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그룬디씨는 2019년 부산유엔기념공원이 있는 부산 남구로부터 명예 구민 패를 받기도 했으며, 사망 3개월 전이자 암 투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던 지난 5월에도 방한을 희망했었다.

 

지난 2019년 부산 남구로부터 명예 구민 패를 수여받은 제임스 그룬디씨. 부산=뉴시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