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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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생 정기국회’ 다짐하곤 내분으로 날 새는 한심한 與

가처분 판사 바꿔달랬다 퇴짜 맞고
야당 포퓰리즘 입법에도 미온 대응
경제·안보 위기 속 국민 삶 살펴야
발언하는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9.20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2022-09-20 09:34:15/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인 이번 정기국회의 키워드를 ‘약자·민생·미래’로 제시하고 ‘100대 입법 과제’ 추진을 다짐했다.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었다. 말뿐이었다.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20일이 지났지만 이준석 전 대표 징계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분란으로 날이 새고 있다. 국민 삶을 살피고 보듬어야 하는 집권여당의 책임감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힘은 어제 이 전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사건의 담당 재판부를 바꿔 달라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요청했다. 현 재판부가 ‘주호영 비대위’를 좌초시킨 전력이 있는 만큼 공정한 재판을 받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그제 경찰이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하면서 추가 가처분 신청과 오는 28일 추가 윤리위원회 징계 등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징계가 민생과 무슨 관련이 있나. 대선 이후 여당이 한 일이라곤 당내 권력 다툼뿐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국민은 넌더리가 난다.

더불어민주당은 그제 정기국회 입법 과제라며 ‘7대 중점 민생법안’을 내놓았다.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기초연금법 개정안, 납품단가연동제, 금리폭리방지법 등이 그것이다. 민생법안이라고 포장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법안이 대부분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살림살이에 주름이 깊게 팰 수밖에 없다. 거대 야당이 무책임하게 포퓰리즘 드라이브를 걸면 국정을 책임진 여당은 적극 대응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내홍에 정신이 팔려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경제·안보 상황은 엄중하다. 미국발 인플레이션 쇼크로 국내 금융시장에 위기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우리를 핵으로 선제 타격할 수 있다고 공언한 마당이다. 여당이 이 전 대표를 쫓아내는 데만 신경 쓸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닌 것이다. 이 전 대표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무리하게 징계를 밀어붙이는 건 당내 분란을 심화시킬 뿐이다. 경찰 수사 결과와 법원 판단을 본 뒤 징계를 하든지 아니면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든지 해법을 찾아야 한다. 남은 정기국회 기간만이라도 여당다운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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