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을 중심으로 대규모 규제지역 해제에 나섰으나 거래 침체와 가격 하향 조정이 지속되는 현재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단번에 반전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세종시와 인천 연수·남동·서구 등 4곳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오는 26일부터 지방 모든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다.
현재 101곳인 조정대상지역도 41곳에 대한 해제가 이뤄져 같은 시점부터 총 60곳으로 줄어든다.
경기도 안성·평택·양주·파주·동두천시 등 수도권 5곳을 제외하면 이번 조정대상지역 해제 대상 또한 지방에 집중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내 가격 하락세가 뚜렷한 시장 상황과 향후 경기 위축, 수요 부재로 집값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지방과 수도권 외곽에 규제지역 해제가 집중됐다"며 "이미 시장 침체에 돌입한 지방에서 규제지역 해제를 적극적으로 요청한 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간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정부에 건의해온 경기도 평택시와 안성시, 청주시, 광주광역시 등은 이날 규제지역에서 풀리면서 반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제지역은 세금·대출·분양·정비사업 등 주택 시장의 청약·보유·거래 전반을 제약했던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담보대출 금지 조치도 풀린다.
그러나 역대 최악의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주택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규제지역 해제에도 시장이 다시 호황 국면으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함 랩장은 "매수자의 입장에서 해제된 규제지역의 주택을 매입하려는 의지는 높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규제 해제 지역 중 일부는 입주 물량 증가로 인해 공급 부담이 현실화해 단기 거래 증가나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매입을 기대하기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위주의 규제지역 해제는 정부가 시장 변화에 연착륙하기 위한 시도"라면서 "이번 조처로 거래가 늘고 가격이 반등하기는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다.
권 교수는 "금리 급등 기조가 계속되는 등 거시경제가 부동산 시장에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정부의 규제지역 완화 조처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 거래 부재와 가격 내림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규제지역 해제로 시장이 반전할 개연성은 크지 않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에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면서 "규제지역 해제만으로 매수세가 크게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부가 요건에 부합하면 수도권도 규제지역에서 과감하게 해제해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 수도권에서도 규제 해제지역 요건에 부합하는 곳이 많다"면서 "가령 청약 시장의 경우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은데,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적용되는 규제가 많아 청약에 걸림돌이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의 아파트 청약에는 청약 자격, 전매제한, 가점제, 재당첨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박 교수는 "미분양이 우려할 만한 상태고, 실수요자들에게 걸림돌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수도권도 더욱 과감한 규제지역 해제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 수석연구원도 "이번에 수도권에서는 외곽지역 일부만 규제에서 해제됐으나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순차로 해제해 거래 정상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의 이번 규제지역 해제 조처는 시장 분위기를 상승 반전시키기보다는 시장 정상화를 위한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금리 쇼크로 빠르게 냉각되고 있어 강남 등 수도권 핵심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