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 부산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모녀가 살해된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모녀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던 경찰은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2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부산진구 한 빌라에서 지난 12일 숨진 채로 발견된 40대 여성 A씨와 10대 딸 등 2명이 타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12일 낮 12시50분쯤 부산진구 양정동 한 빌라에서 A씨 모녀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집 안에서 혼자 잠을 자던 A씨의 10대 아들이 일어나 어머니와 누나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이웃에 알렸다. 경찰 신고는 이웃 주민들이 했다.
모녀는 각각 몸과 얼굴에서 흉기에 찔린 흔적과 타박상이 발견됐다. 또 딸의 방에선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가 자연적으로 꺼졌고, 외부 침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발견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으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데다, 검안의 소견 등을 종합해 A씨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A씨는 지난해 남편과 이혼한 뒤, 혼자 두 남매를 키우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면서 반전이 생겼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숨진 A씨 귀금속이 사라진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또 빌라 건물 밖에서 숨진 딸의 휴대전화도 찾아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딸의 휴대전화에 대한 정밀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모녀 부검 과정에서 검출된 약물의 정확한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범죄 의심 정황이 나오자 타살 쪽으로 방향을 바꿔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자세한 내용은 알려드리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