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미사일엔 미사일”…러시아 침공에 놀란 각국, ‘한국판 에이태큼스’ 주목한다 [박수찬의 軍]

“우리는 적에게 침략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우리가 특정 목표를 타격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면 그들은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쿠스티 살름 에스토니아 국방부 장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세계 각국의 전력증강 기조가 요동치고 있다. 적의 침공에서 영토를 지키는 수준을 벗어나 적 내륙 지역을 공격하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00㎞ 이상 떨어진 해상표적에 정확히 명중하고 있는 한국형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륙을 타격할 수단이 있었다면, 러시아가 치러야 할 침공의 대가는 훨씬 높을 수밖에 없었다. 적에게 최대한의 희생을 강요, 전쟁 억제력을 높이는 전략에 주목한 세계 각국은 반격 능력을 지닌 공격용 미사일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북한군 갱도포병 제압을 위해 국내에서 개발된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가 해외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산 에이태큼스(ATCMS)보다 저렴하면서 성능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K-2 전차, K-9 자주포에 이어 수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이태큼스 역할 대체하는 전술미사일로 주목

 

지난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 실내 전시장 한쪽에 거대한 미사일이 우뚝 솟아 있었다. ㈜한화가 전시한 KTSSM이었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KTSSM은 2017년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공개됐던 것보다 탄두 부분이 더 날카로워졌고, 외형도 매끈해졌다. 전반적으로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과 유사했다.

지난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에서 KTSSM이 전시되어 있다. 박수찬 기자

2010년대 초부터 개발이 이뤄진 KTSSM은 사거리가 160㎞인 전술유도무기다. 중량이 500㎏인 열압력 탄두를 사용하며, 관통력은 1~3m다. 북한군 갱도진지를 정확하게 타격하기 위해 미 군용 GPS를 사용, 정밀도를 높였다. 

 

항재밍 위성항법장치를 탑재해 적군의 전자전 공격 상황에서도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발사대를 지상에 고정하는 KTSSM-Ⅰ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을 발사대로 쓰는 KTSSM-Ⅱ는 내년쯤 제안요청서(RFP) 발행을 통해 개발사업이 시작될 계획이다. 개발에는 1~2년이 걸릴 전망이며 사거리는 300㎞로 늘어난다.

 

외국에서는 KTSSM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열압력탄 외에 고폭탄이나 클러스터탄 등 탄두를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KTSSM-Ⅱ을 개량하면, ‘한국판 에이태큼스’인 수출형 KTSSM으로 바뀔 수 있다. 

 

한국군도 운용중인 에이태큼스는 1986년 미국이 개발한 전술탄도미사일이다. 227㎜ M270 다연장로켓(MLRS)이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에서 쏠 수 있다. 클러스터탄과 고폭탄 등을 탑재한 채 최대 300㎞ 떨어진 표적을 타격한다.

가상표적을 향해 KTSSM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침공 위협을 우려한 에스토니아는 최근 미국에 하이마스와 에이태큼스 판매를 요청했다. 

 

러시아와 인접한 에스토니아는 우크라이나처럼 하이마스로 러시아 철도와 도로망을 타격, 러시아군의 보급망을 파괴하고, 에이태큼스로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국경과 인접한 러시아 내륙 도시를 공격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에이태큼스는 개발된 지 오랜 시간이 흘러 기술적으로 노후했고, 미국이 사거리 500㎞의 차세대 지대지미사일 프리즘(PrSM)을 실전배치할 예정이어서 에이태큼스의 성능개량은 지속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KTSSM-Ⅱ는 에이태큼스를 대체할 무기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을 발사대로 활용하고, 탄두를 다양화하면 전술탄도미사일로 바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적 내륙 지역과 보급망 타격을 통해 전쟁 국면을 바꾸는 것이 부각하면서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과 북유럽, 중동을 중심으로 일반 전술탄도미사일 형태의 수출형 KTSSM-Ⅱ가 주목받는 이유다.

주한미군의 에이태큼스(ATACMS)가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가격도 저렴하다. KTSSM의 한 발당 가격은 8억원 안팎인데, 수출형은 8~1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형 KTSSM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국가들이 있으며, 실제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에이태큼스와 유사한 장비로는 이스라엘 IAI가 만든 로라(ROLA)가 있다. 대전자전 능력과 항재밍 GPS능력을 갖췄다. 사거리 300㎞, 탄두중량 500㎏ 이상의 미사일과 무인기 수출 및 기술이전을 통제하는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에서 저촉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출형 KTSSM-Ⅱ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미 군용 GPS를 사용해 정밀도가 높아 로라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이 개발중인 프리즘은 자국 수요를 먼저 충족해야 한다. 사거리 300㎞, 탄두중량 500㎏ 이상의 미사일과 무인기 수출 및 기술이전을 통제하는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한화 관계자는 “해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반영해 탄두 다양화와 천무 발사대 탑재, 미 군용 GPS 사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충족하면 에이태큼스의 대체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에서 한화디펜스가 제안하는 차세대 보병전투차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박수찬 기자

◆우크라 전쟁 교훈 반영한 국산 무기 선보여

 

지난 21일 개막한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목받은 교훈을 반영한 국산 무기들이 등장했다.

 

전쟁에서 최신 장갑차와 포병무기, 드론, 방공무기 등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장비를 만드는 국내 업체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는 평가다.

 

한화디펜스는 호주 장갑차 사업에 참여한 레드백 보병전투차 기술이 반영된 40㎜ 차세대 보병전투차량을 선보였다.

 

승무원 3명에 보병 8명이 탑승하며, 하이브리드 엔진을 사용하되 향후 수소연료전지 탑재도 가능하다. 중량은 42t으로 인공지능(AI) 기반 표적 탐지 및 추적기술과 유무인 복합체계를 활용한다. 

 

육군 기갑여단의 노후 K-200 장갑차를 K-21 보병전투차로 대체하고, K-21 운용부대는 차세대 보병전투차를 수령하면 육군 기계화부대 전력증강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한화디펜스측의 설명이다.

 

지뢰지대를 무력화하는 지뢰제거장갑차와 강을 건너는데 필요한 개량형 리본부교도 선보였다.

 

선행개발단계에 있는 지뢰제거장갑차는 블록1·2로 구분된다. 블록1은 현재 운용중인 미클릭과 도저삽날을 탑재하고, 블록2는 개발이 진행중인 지뢰제거탄 20발과 지뢰제거쟁기를 사용한다.

 

공병대가 운용하는 리본부교의 성능을 높인 개량형 리본부교는 최근 전력화된 육군 장비의 중량이 무거워지면서 이를 실어나르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발됐다. 

SNT 중공업이 개발한 소형전술차량 탑재 120㎜ 박격포를 관계자들이 관람하고 있다. SNT 중공업 제공

최대 215m 폭의 하천에 부교를 설치할 수 있고, 자주도하장비를 추가하면 길이는 더 늘어난다. 소요결정과 선행연구가 끝났으며,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소요검증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NT 중공업은 기존에 제작된 120㎜ 박격포를 소형전술차량에 탑재한 장비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소형전술차량에 박격포를 탑재, 신속한 사격과 이탈을 진행하는 전술이 등장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자동화 사격지휘체계와 360도 회전 가능한 포신 등을 갖춘 120㎜ 박격포의 무게를 14t에서 7t으로 줄여 경량화했다. 이를 통해 CH-47 헬기에서도 수송이 가능토록 했다. 

 

SNT 중공업 관계자는 “꼭 필요한 요소만 남겨 무게를 줄였다”며 “방호 대신 기동성을 극대화해 보병부대의 화력지원이 용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운용인원은 3명이다. 조준과 각도 계산 등이 자동화되어 있고, 이동 중 명령을 받으면 1분 이내에 초탄 발사가 가능하다. 포탄은 20발을 탑재한다. 

 

현대위아는 소형전술차량에 81㎜박격포를 탑재한 형태를 제안했다. 포신에 주퇴복좌기를 장착해 반동과 진동을 최소화했다. 차량에 포탄 80발을 탑재하며, 지령 후 1분 이내 초탄발사가 가능하다. 

 

포판과 포다리를 함께 실어 유사시 지상에 설치해 사격할 수 있도록 했다. 사거리나 파괴력은 기존 81㎜ 박격포와 같다.

 

현대위아는 1명으로도 운용이 가능한 60㎜ 수형박격포도 공개했다. 1명이 포탄을 장전하고 격발해 사격까지 가능한 무기다. 최대 1.3㎞ 떨어진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1명이 사격할 때, 포구를 통해 포탄을 넣고 포판 위에 있는 격발장치를 격발하면 포탄이 발사된다. 특전사나 해병대 등 특수부대에서 화력지원용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 KOREA 2022)에서 LIG넥스원이 제안하는 드론탑재 공대지미사일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고양=연합뉴스

LIG넥스원은 드론에 탑재해 정밀 유도 타격이 가능한 소형 공대지 유도무기인 드론 탑재 공대지미사일을 선보였다. 드론 또는 지상에서 레이저로 표적을 지정해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최근 전자전 비중이 커지면서 ‘전자방패’ 역할을 할 수 있는 함정용 전자전 장비도 소개했다. 한국 해군의 소나타 전자전 체계가 개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대체하는 수요를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