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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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文 패싱’?…트럼프 친서서 “각하와 비핵화 논의 희망”

한미저널, 김정은·트럼프 친서 27통 공개
김정은 “文 과도한 관심 불필요하다 생각”
트럼프 “위원장과 전 엄청난 진전 이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북·비 협상에 배제하기 바라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삼지연초대소에서 오찬을 마치고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클럽이 발행하는 한미저널은 25일 김정은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4월∼2019년 8월 주고받은 친서 27통을 공개했다.

 

한미클럽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8년 9월 21일자 친서에서 “향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트럼프)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며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친서를 보낸 시점은 김 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과 평양 남북정상회담(9월 19일)을 한 직후로 추정된다. 당시 두 정상은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등의 합의가 담긴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고위 관료들도 협상에 개입하지 않길 바랐던 걸로 보인다. 김정은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이 취소된 직후인 2018년 9월 6일자 친서에서 “각하(트럼프)의 의중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폼페오 장관과 우리 양측을 갈라놓는 사안에 대해 설전을 벌이기 보다는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타고난 각하를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자는 뜻을 드러냈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한미클럽에서 “김정은은 당시 폼페이오 등 고위 관료들과의 협상에 대해 불신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의 협상에 끼어드는 것도 원치 않았다”며 “서한을 볼 때 김정은은 담판을 통해 트럼프를 설득해 입장을 관철하기를 원했고 톱다운(하향식) 방식 협상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김정은과의 톱다운 협상을 이어가고 싶었던 걸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2019년 3월 22일자 친서에서 “우리의 만남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위원장님과 저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김정은에게 위로의 뜻을 드러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