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값이 1977년 관련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자,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방어선 구축에 나섰다.
잠정적으로 총 1조원까지 쏟아부어 10∼12월 수확하는 올해 신곡과 지난해 수확한 구곡을 합쳐 총 45만t(톤)을 매입,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함으로써 쌀값을 떠받치겠다는 전략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5일 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같은 쌀값 안정화 대책이 결정됐다고 브리핑에서 밝혔다.
올해 격리량은 지난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총 10차례 시행된 수확기 시장격리 물량 중 최대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부터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 15일 기준 20㎏당 4만725원으로 1년 전 5만4천228원에 비해 24.9% 떨어졌다. 지난 1977년 관련 통계를 조사한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수확기 초과 생산량 이상 물량을 전량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연내 쌀 45만t을 시장에서 빼내기로 한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수확한 쌀이 11월 이후에도 10만t 정도 남고 올해 쌀 초과 생산량이 약 25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농식품부는 이를 더한 35만t보다 10만t 많은 물량을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수확기 신곡과 함께 구곡을 매입하는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작황과 신곡 수요량, 민간의 재고, 수확기 쌀값 안정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이 정도면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한 물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우선 구곡에 대해 수매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매입 계획을 수립해 다음 달 20일께 실제 양곡 매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곡은 앞선 시장격리 때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매입하고 신곡의 경우 12월 25일께 가격을 확정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과거 사례로 미뤄, 이번 수매에 잠정적으로 1조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공공비축미는 지난해보다 10만t 증가한 45만t이다.
공공비축미 구매까지 고려하면 올해 수확기에 총 90만t이 시장에서 격리되는 효과가 생긴다.
시장에서 격리되는 90만t은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의 23.3%에 달하고, 이 역시 2005년 공공비축제도 이후 최대 물량이다.
지금껏 수확기 시장에서 격리되는 비율은 8.3∼18.1% 수준이었다.
농식품부는 이번 시장격리 조치를 통해 쌀값이 적정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차관은 "지금 방식과 가장 비슷하게 시장격리를 했던 2017년 같은 경우 수확기 격리 전에 비해 가격이 13∼18% 올랐다"며 "올해 같은 경우에도 그 정도가 상승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쌀값과 쌀 유통시장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수급 상황에 맞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쌀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해 가루쌀, 콩, 밀, 조사료 등의 재배를 확대하고 쌀 가공산업을 활성화해 쌀 수급 균형과 식량안보 강화라는 핵심 농정과제를 동시에 달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회는 정부가 이날 발표한 쌀값 안정화 대책을 검토하고 26일 전체회의 안건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올려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공급과잉과 재정부담 문제를 들어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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