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朴땐 남북 단절, 文땐 北 눈치만… 생사 모른채 10년째 방치 [심층기획-돌아오지 못한 北 억류자 6명]

역대 정부 무능·의지부족에 장기화

선교사 등 6명 모두 朴정부 때 억류
6차례 송환 통지문에도 北은 ‘무시’

‘남북 훈풍’ 文정부 초 골든타임 기대
대북관계 후순위 밀려 제자리걸음

난제 떠안은 尹정부 “조속 해결” 의지
“남북, 대결국면 치달아… 난망” 지적도

2013년 이후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이 10년 가까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국내의 가족들은 남편과 동생, 아버지의 생사도 모른 채 하염없이 애만 태우고 있다. 억류자들의 생존 여부마저 불투명해 이들의 송환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북한 억류자 문제가 장기화된 배경으로 역대 정부의 무능과 의지 부족이 꼽힌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이번 정부는 억류자 송환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도보다리를 산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北, 우리 국민 6명 억류 중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25일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북한에 우리 국민 최소 6명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던 김정욱·김국기·최춘길씨 등 선교사 3명과 고현철(59)씨 등 북한이탈주민(탈북민) 3명이다.

 

이들 중 최장기간 억류자인 김정욱(59) 선교사는 2013년 10월 북한에 체포돼 구금된 지 10년째가 돼가고 있다. 북한은 김정욱 선교사가 국가정보원의 지시에 따라 밀입북했다며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김국기(68) 선교사는 2014년 10월, 최춘길(63) 선교사는 같은 해 12월에 선교 활동 중 북한에 체포됐다. 북한은 두 사람도 ‘국정원 첩자’로 몰아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2013년 10월부터 9년간 북한에 억류돼 있는 선교사 김정욱 씨. AP연합뉴스

통일부는 탈북민 억류자의 신원과 억류 경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모두 2016년에 억류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씨의 경우 2016년 7월 평양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억류 사실이 알려졌다. 일각에선 탈북민 출신 언론인 함진우씨 등 북한에 추가 억류자가 있다는 주장도 한다.

 

북한 억류자 발생 후 정권이 두 차례 교체됐지만, 정부는 이들의 생사와 건강 상태, 구금 장소 등 기본적인 정보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년간 억류자 문제는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만 한 셈이다. 남북관계가 부침을 거듭하며 북한과 지속적인 협상이 불가능했고, 억류자 문제가 대북정책의 후순위로 밀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첫 단추 잘못 끼운 朴정부   

 

북한 내 우리 국민 억류자 6명은 모두 박근혜정부(2013년 2월~2017년 5월) 때 발생했다. 박 정부는 초기 대응에 실패하며 억류자 문제가 장기화하는 시발점이 됐다.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해선 남북 대화 채널이 필수적인데, 박 정부 당시 남북관계는 강대강 대치 속에 대화 없는 단절상태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박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없이 추진한 억류자 관련 조치는 우리 측의 일방적인 요구에 그치고 말았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박 정부는 2013∼2015년 3차례의 통일부 대변인 성명과 6차례의 대북통지문을 통해 북한에 우리 국민의 조속한 송환 등을 촉구했다. 북한은 인천아시안게임 선수단 파견으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었던 2014년 9월 통지문을 1회 접수한 것을 제외하고는 무시로 일관했다.

 

박 정부는 2014년 6월 김정욱 선교사 송환을 위한 남북 실무자 접촉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2015년 이산가족상봉행사 등을 계기로 북측에 억류자 문제를 4차례 제기했지만, 역시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개성공단마저 폐쇄되자 박 정부는 억류자 문제를 더는 제기하지 않았다. 이후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억류자 송환은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됐다.

 

◆골든타임 허비한 文정부 

 

북한과 3차례 정상회담이 열린 문재인정부(2017년 5월~2022년 5월) 집권 초반기는 억류자 송환의 ‘골든타임’이었다. 2018년 한 해 동안 남북회담이 36차례 열릴 정도로 교류가 활발해 억류자 문제에도 진척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문 정부는 이들의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 채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9월18일~20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억류자 송환을 요청하지 않았다. 정부 차원에서도 2018년 6월1일 남북고위급회담을 끝으로 북한에 억류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문 정부가 종전선언 추진 등 남북관계 개선에 치중하느라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억류자 문제에 저자세로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6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문 정부 후반기 남북관계는 억류자 송환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경색됐다. 문 정부는 이후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면담(2022년 2월 16일) 등 국제사회를 통한 문제 제기를 시도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뿐이었다. 

 

◆尹정부, 억류자 난제 풀어야   

 

윤석열정부는 10년 가까이 진전이 없는 북한 억류자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남북관계 개선과 억류자 송환을 균형되게 추진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통일부는 “억류자 문제는 국가의 기본책무이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향후 남북회담 개최 시 생사확인 및 송환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북한이 핵무력 사용을 법제화하고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등 남북관계가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억류자 문제 해결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남북이 서로 주적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억류자 송환을 이야기해봐야 주목받을 수 있겠느냐”라며 “결국 남북이 대화하고 협력하는 시기를 빨리 만드는 게 해답”이라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