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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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SB19…한국인·한국어가 없어도 ‘K팝’이라 불러야 할까

지난 7월 3년차 아이돌 블랙스완은 멤버를 새로 정비했다. 6인조 걸그룹으로 활약했던 한국인 멤버가 모두 탈퇴하면서 독일과 벨기에 등 출신인 4명의 외국인으로만 구성해 활동을 재개했다. K팝 아이돌 최초로 인도인 출신 멤버도 가세했다. 

 

‘한류 열풍’ 덕분에 한국인 멤버가 없는 ‘K팝’ 아이돌이 탄생했는데, 더 나아가 한국의 연예 기획사가 해외에서 제작한 아이돌도 등장했다. 

 

2018년에 데뷔한 필리핀 남자 아이돌 SB19이 그 예다. 멤버 5명 전원 현지인으로, 필리핀어로 노래를 부른다. 이들의 음악적 장르와 군무, 의상, 메이크업 등을 보면 K팝과 다를 바가 없다.

 

이들은 미국의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작년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 후보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한국인이 없는 아이돌을, 한글 가사 없는 곡들도 K팝으로 볼 수 있을까?

 

 

인지웅 전 아이돌 트레이너와 이규탁 음악 평론가는 입을 모아 K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만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K팝이 ‘장르’가 되어야 한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인씨는 힙합을 예로 들면서 “한국 가수들이 한국어로 하는데, 미국 본토에 있는 래퍼들이 ‘저건 힙합이 아닌데’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힙합은 이미 장르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언어나 인종, 문화 등을 초월했다"고 설명했다. 

 

그럼 한국어와 한국인 등을 빼놓고 K팝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이 평론가는 “케이팝은 종합예술 패키지”라며 “전자음악 및 힙합 등이 결합한 음악 장르, 춤, 화장법, 패션, 아이돌이 팬들과 친밀하게 관계 맺는 방식 등의 요소를 포괄하는데 핵심은 기획사의 아이돌 관리 및 육성 시스템”이라고 규정했다.

 

덧붙여 “이런 요소가 고려된다면, 한국인과 한국어 유무와 상관없이 K팝이라고 부를 수 있다”며 “K팝이 한국에 갇혀 음악적 생기를 잃지 않기 위해서 장르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글·영상=윤성연 기자 y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