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KN-23 추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미국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23일 부산 입항, 26∼29일 열리는 한·미 연합 해상훈련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전략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항모의 등장에 맞서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 투입을 저지할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부산과 미 핵항모 겨냥한 미사일 발사
북한이 지난 6월 5일 이후 113일 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쏜 것은 미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입항한 부산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미사일 발사지점으로 지목되는 평안북도 태천군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는 600여㎞다.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600㎞로 북한이 태천군에서 남동쪽으로 미사일을 쐈다면 부산에 도달하게 된다. 태천군과 부산시 사이에 위치한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 시도를 회피, 부산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호를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태천군에 우라늄 정련시설과 200㎿ 원자력발전소 1기가 있다는 점에서 핵 관련 활동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군 당국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북한이 부산과 김해, 포항 등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이 들어올 남부지방의 항만과 공항을 타격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재확인시켜 한·미 연합방위태세 무력화를 꾀하려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2016년 7월 탄도미사일 3발을 쐈을 때 “미제의 핵전쟁 장비들이 투입되는 남조선 작전지대 안의 항구와 비행장들을 선제타격하는 것으로 모의해 사거리를 제한하고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적으로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미에 떠넘기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는 “이번 발사의 정치적 의미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전개되는 미국 전략자산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며 “자신들의 모라토리엄 파기를 정당화하면서 자위권을 강조하려 하고, 한반도 긴장 책임을 한·미로 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은 26∼29일에 실시되는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겨냥한 맞불 군사훈련을 예고했다. 25일 중국 해사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랴오닝 해사국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다음 달 2일 오후 4시까지 서해 북부지역에서 군사임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SLBM 발사·제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
과거 북한은 미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면, 해당 전략자산이 철수한 이후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하지만 이번엔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에 입항한 상황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기존 대응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4일 로널드 레이건호를 찾아 핵항모 운용에 대해 보고받고 한·미 연합작전태세 유지를 당부한 것도 북한이 도발을 지속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 핵항모가 한반도에 나타났음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연쇄 도발에 나설 경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나 제7차 핵실험이 거론된다.
군 당국은 최근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SLBM 발사를 준비하는 동향을 포착했다. 신포는 잠수함과 SLBM 생산·개발·시험 시설을 갖춘 곳으로 주변에 지상시험발사장도 있다. 북한은 2016년 무렵부터 SLBM을 수차례 발사하면서 유사시 핵반격능력을 과시하고 기술적 향상을 꾀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7차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5월 폐쇄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내 3번 갱도 복구 작업을 끝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은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한 핵탄두의 성능 검증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향후 북한은 미국 핵항모의 한반도 전개 등 한·미의 확장억제력을 탐색하면서 SLBM이나 7차 핵실험 포석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