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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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합’ 수산물 폐기처분 10%…日 수입산 원산지 둔갑도 4년 새 6배

수산물 안전성 검사에서 중금속과 항생제, 금지 약품 등이 기준치를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수산물 중 10%만 폐기되고, 90%는 수출용·사료용 등으로 용도 전환하거나 출하 연기 후 재검사를 통해 출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최종 승인하면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산으로 둔갑하거나 타 국가로 허위 표시한 사례가 최근 4년간 최고 9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산물 먹거리의 안전한 유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일본산 참돔과 중국산 보리굴비 등 수산물 원산지를 미표시하거나 혼동하게 표시한 업소 3곳을 적발했다. 뉴시스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전북 정읍시·고창군)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수산물 안전성 검사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수산물은 총 326건이으로 집계됐다.

 

내역별로는 항생제 등으로 인한 부적합 판정이 284건으로 전체의 87.1%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중금속 함유 29건(8.9%), 금지 약품 사용 9건(2.8%), 세균 검출 4건(1.2%) 순이다.

 

이 중 폐기처분은 중금속 17건, 항생제 3건, 금지 약품 9건, 세균 4건 등 총 33건으로 전체의 10.1%에 불과했다. 반면, 89.9%의 부적합 판정 수산물은 출하 연기 281건(86.8%), 용도 전환 10건(3.1%)으로 조사됐다.

 

부적합 유형을 보면 중금속 초과 검출은 29건 중 12건이 출하 연기 또는 용도 전환했고, 항생제·패류독소·기타물질 초과 검출로 인한 부적합 수산물은 전체 284건 중 단 3건만 폐기 처분됐다. 나머지 281건은 모두 출하 연기됐다.

 

중금속 부적합 판정 후 폐기되지 않은 12건은 메틸수은과 수은이 초과 검출된 10건은 수출용으로 용도 전환됐고, 출하 연기된 2건 중 1건은 재검사를 통해 출하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틸수은은 독성이 강하고 뇌성마비나 미나마타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져 수출로 인한 2차 피해 우려도 우려된다.

항생제 등으로 인한 부적합 수산물 281건의 세부 내역을 보면, 전체 75.4%에 해당하는 212건이 재조사 후 적합 판정을 받았다. 특히, 재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인정돼 2차 재조사받은 수산물이 12건, 3차 재조사를 통한 적합 판정을 받은 수산물이 1건이었다. 이 외 재조사 예정 18건, 폐업·폐기·폐사 6건, 사료용으로 용도 전환 1건 등으로 조사됐다.

일본산 수산물이 국내산으로 둔갑했다 적발된 건수도 최근 4년(2018∼2022년 8월)간 6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 ‘일본산 수산물의 국내산 거짓 표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일본산 수산물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해 유통·판매하다 적발된 건수는 204건(품목 기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는 83건으로 2018년 9건 대비 9.2배 증가했다.

 

일본산 수산물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거나 국내산과 이중 표기해 적발한 사례가 183건(89.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러시아산 11건(5.4%), 중국산 4건(2.0%), 국내산 미포함 이중표시 3건(1.5%) 순이다. 적발 업체로 보면 일본산 수산물 거짓 표시가 193건(35.1%), 미표시 357건(64.9%)이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 수산물 유통 이력제 참여 업체 대비 수산물품질관리원 점검율은 지난달 기준 4.4%로 매우 낮아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해수부는 2008년 수입 수산물의 원산지 둔갑 등 시장 교란 행위 방지와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해 ‘수입 수산물 유통 이력제’를 도입했다.

 

윤준병 의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입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오염 우려와 국내산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 차이로 원산지 거짓 표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정부는 수입 수산물에 대한 투명한 이력 관리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