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소환제로 국회의원도 잘못하면 소환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이 대표가 여야 모두로부터 박수를 받은 유일한 순간이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가며 박수를 쳤다. 이 대표는 내달 18일부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는다. 또 이 대표 측근인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등 이 대표 측근들에 대한 사정 당국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전당대회에 나선 것을 두고 ‘면책 특권 뒤에 숨으려는 방탄용 출마’라고 비판해왔는데, 이 대표가 국회의원 소환제를 언급하자 이를 비꼰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연신 ‘민생‘을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기본사회’를 강조하며 과거 그의 대표 비전이었던 기본소득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모두를 지원한 후 불필요한 몫을 회수하면 어떤가. 재정부담은 같지만, 국민의 삶에 엄청난 차이가 생길 것”이라며 “최소한의 삶을 지원받는 사회가 아니라 기본적 삶을 보장받는 ‘기본사회’여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득, 주거, 금융, 의료, 복지, 에너지, 통신 등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도록 사회시스템을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을 명시한 국민의힘에게도 “우리 국민의힘도 머리를 맞대 달라”고 호소했다.
계속해서 무반응으로 일관한 국민의힘이 ‘발끈’하기 시작한 순간은 이 대표가 양극화를 언급하고, 외교와 대북관계를 말한 시점이었다. 이 대표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서민지갑 털어 부자곳간 채우기 정책은 양극화 불평등을 확대한다”고 지적하자, 국민의힘 의원석 쪽에서 “아니, 그건 문재인 정권이 더 했다”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또 이 대표가 김대중정부 햇볕정책과 문재인정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언급하며 북핵문제를 거론하자 국민의힘 쪽에서는 “그래서 (북한이) 핵을 만들었다”고 야유했다.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영미순방을 “이 정부의 외교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하자 국민의힘에서는 “혼밥보단 낫다”, “폭행당했었다”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각각 문재인 전 대통령 방중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과 식사한 것과 한국 기자가 중국 관계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건을 거론한 셈이다. 이 대표가 “외교는 초보라는 말로 양해되지 않는 혹독한 실전이다”라고 계속해서 현 정부의 외교 행태를 비판하자 “문재인정부에서 더 엉망이었다”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를 뜨기도 했다. 특히 이 대표가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 대처에 대해 이 대표가 “국민과 언론 야당에 뒤집어씌우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하자, 조수진 의원과 유상범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알려진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