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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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천장·냉장고서 97억원어치 필로폰 적발…中 동포 등 낀 조직이 동남아서 들여와

국내 유통조직 9명 검거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지난 7월29일 화장실 천장에서 발견해 압수한 2.4kg 분량 필로폰 꺼내놓은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동남아시아에서 필로폰을 대량으로 들여와 수도권에 유통시키려 한 조직의 국내총책 등 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밀반입한 필로폰은 약 1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인데, 세관을 뚫고 국내로 들어왔고 유통 직전 경찰에 적발됐다.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8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밀수입 마약 유통·판매책과 투약 피의자 등 총 9명을 최근 검거했고 이 가운데 국내 총책 역할을 맡은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한국인과 중국동포 등으로 꾸려진 이들 조직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며 해외 총책의 지시를 받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소위 '던지기' 방식으로 수도권 일대에 필로폰을 공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필로폰은 총 2.9㎏인데, 9만7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시가로는 97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에 대비해 소분한 필로폰을 원룸 화장실 천장에 숨겨 놓았는데,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이 필로폰 2.4㎏ 분량을 발견해 압수했다. 나머지는 냉장고 등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 분량이 그대로 유통됐다면 수도권은 물론 전국 유흥업소 등에 풀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미 약 700g의 필로폰을 시중에 유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국내로 들여온 마약은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금천구에 있는 원룸을 다른 조직원 명의로 월세 계약을 맺은 뒤 밀수한 필로폰을 보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필로폰을 여행가방에 넣고 모텔을 전전하다 5일 만에 원룸을 옮기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필로폰을 판매하는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 약 9개월간 집중수사를 벌인 끝에 유통조직 일당을 순차적으로 특정해 검거했다.

 

경찰은 조직원 가운데 이미 해외로 도주한 2명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고, 이중 공급 총책으로 지목된 한국인 A씨(42)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한 번의 호기심이나 실수로 경험하더라도 마약은 곧 파멸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마약류 투약자들은 중독성과 의존이 생겨 끊기가 상당히 어렵고, 설사 힘겹게 끊었다 하더라도 뇌 손상을 일으켜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우므로 처음부터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