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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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전 현대아울렛 압수수색…화재 원인 수사 속도 내나

감식반, 발화 지점에 있던 1t 화물차 국과수로 이송
경찰 “스프링클러 작동여부 전산기록으로 확인할 것”

7명이 숨지는 등 8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참사 발생 사흘 째인 28일 발화 지점에 있던 1t 화물차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진행된 2차 합동 현장감식에선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등 방재설비가 정상 작동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발생 사흘째인 28일 현장에서 김항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이 2차 합동감식 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경찰과 국과수 등 합동감식반은 지게차 2대를 동원해 낮 12시 5분쯤 화물차를 지상으로 꺼냈다. 덮인 천막 사이로 보인 화물차는 도색이 다 벗겨진 채 온통 그을음 투성이었다. 적재함 부분은 불길에 녹아내린 탓에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이 화물차는 발화지점인 지하 1층 하역장 인근에 세워져 있던 것으로, 기사가 하역작업을 하는 사이 차 뒤쪽에서 불길이 이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일부에서는 이 차의 배기구 열이 가까이 쌓여 있던 종이를 태웠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감식반은 화물차를 국과수로 옮겨 이 차가 화재 원인을 제공했는지, 차량 밖 다른 요인에 의해 불이 시작됐는지 등을 정밀 분석할 방침이다. 차체 아래에서 수거한 전선 등 잔해물 중 인화성 물질이 있는지도 감식할 계획이다. 차체와 잔해물 분석은 최소 2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프링클러와 옥내소화전의 정상 작동 여부 확인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합동 감식 2일 차를 맞은 28일 낮 12시쯤 합동감식반이 화재 현장에 있던 1t 트럭을 지게차를 이용해 밖으로 빼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화염으로 녹아내린 상태다. 다만 작동 시 전산으로 기록되는 만큼 전산 기록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전산 기록을 통해 언제 작동했는지, 정상 작동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런 기록을 저장·보관하는 지하 방재실이 전력이 차단된 상태라 복원 이후에나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프링클러에 물을 공급하는 물탱크는 정상 수위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다만 물탱크 물이 비워지면 자동으로 채워지는 방식이라는 아울렛 관계자 진술에 따라 물이 정상 공급 돼 비워지고 채워진 건지, 공급이 안돼 가득차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선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공기를 빼내는 팬이 지하 주차장에 3~4개가량 설치돼 있으나 이 팬이 배연장치인지, 제연장치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팬의 작동 여부는 스프링클러와 같이 전자식 기록 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8일 대전 유성구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현장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박종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과장은 “소방설비 등 조작장치가 있는 지하 1층 방재실은 불에 타지 않았다”며 “장비를 동원해 서버에 저장된 내용을 정밀 감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이날 아울렛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경찰이 28일 오후 5시쯤 8명의 사상자를 낸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 참사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해 압수수색에 들어가고 있다. 강은선 기자

경찰은 건물 내외부의 CCTV부터 설계도, 소방 관련 자료까지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한편 화재 원인 및 소방 설비 정상 작동 여부, 위법 사항 등도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다. 

 

지난 6월 현대아울렛에서 자체 진행한 소방점검에서 보완사항으로 지적된 24건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진다. 경찰은 지적받은 24건이 제대로 개선됐는지, 소방당국이 이를 확인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28일 대전 유성구 현대아울렛 화재 현장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서구 의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이날 희생자의 첫 발인이 유가족들의 오열 속에 진행됐다. 현대아울렛에서 시설보수 직원으로 근무했던 이모(33)씨 발인이 이날 충남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뤄졌다. 이씨의 관이 운구 차량에 실리자 유가족은 고인의 이름을 하염없이 부르며 “네가 왜 이 차(운구차)에 있니, 지켜주지못해 미안해”라며 흐느껴 울었다. 이씨는 입사 5개월 만에 참변을 당했다. 화재 당시 방재실에서 근무하던 그는 지하주차장 근무자들에게 대피하라고 안내한 후 정작 본인은 불이 난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