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전기료 걱정 덜고파” 사비로 태양광 다는 베를린 시민들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우크라전 여파 에너지가격 폭등에
베를린 태양광센터 설치 상담 3배 ↑
재생에너지 대중화로 ‘경제적’ 인식

독일 베를린은 재생에너지 집적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를 꿈꾼다. 새로 출범한 베를린 시정부는 지난해 말 2035년까지 시에서 사용되는 전기의 25%를 태양광으로 생산하겠다고 정했다. 독일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 시기를 2050년에서 2045년으로 앞당기며 베를린시도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베를린에는 총 4.4GW의 태양광 설비가 추가 설치돼야 한다.

솔라센터는 최근 부쩍 바빠졌다. 솔라센터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싶은 시민을 대상으로 이들의 평소 전력 사용량과 패턴, 집 구조, 예산 등을 고려해 태양광 모듈을 어떻게 설치하면 좋을지 상담해주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상담 건수가 급증했다. 로라 페레리 홍보담당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담 건수가 월 30건 정도였는데 올해 들어 월 90건 정도로 늘었다”고 했다. 태양광 패널은 꼭 남향을 고집하지 않는데, 일반 주택의 전력 수요가 아침이나 퇴근 후 저녁에 많은 점을 고려해 일조시간이 더 긴 동향과 서향으로 많이 설치한다고 전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에 사는 크리스티안 젠프트레벤이 집 앞에 서 있다. 젠프트레벤은 지난 5월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올해 에너지 비용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했다.

시의 정책적 지원이 없어도 시민 개인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많다. 베를린에 인접한 브란덴부르크주에 사는 크리스티안 젠프트레벤은 인터넷 검색으로 지난 5월 한화큐셀을 통해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설치했다. 8.69㎾p(최대전력량) 규모의 패널과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갖췄다.

젠프트레벤은 “수영장을 만들고 요즘 베를린이 더워져 에어컨까지 들이면서 연간 전력 사용량이 4000㎾h에서 7000㎾h로 늘어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며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른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전기차 충전까지 ESS로 자체 해결하는 그는 아직 연간 청구서를 받지 못했지만 올해 에너지 요금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확실히 에너지 자립을 느낀다”며 “재생에너지 호감도도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독일 사회가 재생에너지에 더 우호적이고 반원전 인식이 강하다는 차이는 있다. 다만 독일이라고 재생에너지에 무조건 동의하는 건 아니다. 염광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선임연구원은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는 풍력발전 설비를 대량 설치하면 좋았을 지역이지만, 숲 훼손에 반대해 환경보호를 이유로 다른 주보다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율이 낮은 지역”이라며 “바이에른주는 원전을 가동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에 완전히 손을 놓는 건 아니다. 염 연구원은 “숲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헬기로 블레이드를 나르는 등 대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연구와 노력이 모여 독일의 재생에너지 가격은 급감하고 있다. 디미트리 페시아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동아시아프로그램 리더는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요금을 낮추고 있다”며 “2010∼2012년 단기적으로 투자비용으로 인해 요금이 올랐지만 이제는 재생에너지가 매우 경제적이라고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은 요동치는 화석연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 원전의 대안을 찾는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 대체에너지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베를린=글·사진 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