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를 입찰방해 혐의로 입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8일 오전, 강원도청 곳곳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강원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과정서 불거진 ‘입찰담합’ 의혹과 관련, 최 전 지사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알펜시아리조트 매각에 관여한 강원도청 관련 부서 등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이어왔다.
경찰은 현재 최 전 지사가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입건 소식이 전해지자 강원도 공직사회에서는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론과 함께 "정치적 탄압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과거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관련 업무에 관여한 한 공무원은 "입찰관련 어떠한 지침이나 지시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느닷없이 최 전 지사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경찰의 의도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강원도 국장급 한 공무원도 "정권이 바뀐 것이 실감이 난다"며 "민주당 출신 전임 지사에 대한 망신주기 식 수사가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알펜시아리조트 매각에 대한 여러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만큼 경찰수사를 통해 논란을 끝내자는 의견도 있었다.
강원도청공무원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전임 지사에 대한 경찰 수사로 도청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치적 수사로도 비춰질 수 있는 만큼 공정하고 정확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 전 지사의 경찰 입건소식이 전해진 시각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 중이던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관련 질문을 받고 "전임 지사가 수사를 받는 것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김 지사는 경찰 수사와 관련 "강원도가 알펜시아리조트 매각과 관련, 오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 전 지사 경찰 입건 놓고 지역 정치권 ‘충돌’
지역 정치권도 최 전 지사의 경찰 입건을 놓고 충돌을 빚었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입찰담합과 헐값 매각 의혹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그동안 최 전 지사를 비롯한 전 강원도정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원도의회의원 등은 입찰담합을 부인해 왔다"며 "경찰 수사를 끝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최 전 지사가 입건된 것만으로도 입찰담합과 헐값 매각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명확한 증거도 없는 정치적 수사"라고 반발했다.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권이 국민적 지지율을 잃고 불리한 상황이 되니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다.
그는 "강원도 입장에서 알펜시아리조트는 하루빨리 매각했어야 하는 문제"라며 "매달 수십억원이 넘는 이자비용이 나오는 상황에서 적정한 매각을 통해 강원도민의 혈세를 지켰는데 이걸 경찰이 수사한다고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원도당 당원들 및 지역 국회의원과 상의를 해서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는 2021년 6월 공개 입찰을 통해 강원도개발공사가 소유한 알펜시아리조트를 KH그룹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7115억원이다. 하지만 매각 당시 공개 입찰 참여기업 2곳이 모두 KH그룹 계열사로 확인되면서 입찰담합 의혹이 제기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