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9일 본회의를 열고 박진(사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143일 만에 처음 내각 해임건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정국 급랭 및 여야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결과 출석의원 170명 중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박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을 선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하며 표결 전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만 참여했다. 6석의 정의당은 윤 대통령의 사과가 우선이라며 불참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표결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임건의안은 입법부의 권능을 바로 세우고 행정부 견제 역할을 보다 충실히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순방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국격 손상과 국익 훼손이라는 전대미문 외교 참사를 일으킨 것에 대해 박 장관은 주무 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해임건의까지 이르게 된 배경엔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순방 중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참배 취소’ ‘한·일 정상회담 굴욕 외교 논란’ ‘한·미 정상 ‘48초’ 조우와 미 의회 및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부적절 발언’ 등을 나열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고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며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국민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외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쟁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말로는 국익을 말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국익이 어떻게 되든 간에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며 “뭔가 흠을 잡아 확대·확장하는 게 대선 불복의 뜻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