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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유령 전투기 막아라”…위기감 느낀 미·일, 중국과 격차 벌린다 [박수찬의 軍]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거칠어지면서 첨단 무기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제공권 장악의 첨병 역할을 맡을 스텔스 전투기를 한시라도 빠르게, 더 많이 확보하려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거듭하며 최신 스텔스 전투기 개발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궁극의 스텔스기’로 불리는 6세대 전투기 개발도 추진 중이다.

 

미국은 “한 달이라도 먼저 배치해야 한다”며 6세대 전투기 조기 개발과 실전배치 필요성을 강조,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려 하고 있다.

 

일본도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동아시아 하늘에서 미국, 중국, 일본의 첨단 전투기가 맞붙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위험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중국 공군 J-20 스텔스 전투기. 게티이미지

◆미국 “중국보다 먼저 6세대 전투기 배치해야”

 

중국의 전투기 개발을 경계하는 미국은 중국보다 빨리 6세대 전투기를 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 공군전투사령관 마크 켈리 장군은 최근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 공군이 먼저 차세대 전투기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J-20 스텔스 전투기 개발자였던 왕하이펑은 2019년 2월 글로벌 타임스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과 드론 통제 능력, 고성능 스텔스 기능, 레이저 무기 등을 갖춘 6세대 전투기를 2035년까지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추진 중인 6세대 전투기 개념과 매우 유사하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전투기 개발 방식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미국이 기술혁신에서 한 번에 큰 도약을 이루는 것과 달리 중국은 점진적인 방식을 적용한다.

 

중국은 러시아산 Su-27과 Su-30을 도입, 이를 토대로 J-11과 J-16을 만들었다. 

 

점진적인 기술혁신을 적용, 성능을 조금씩 높여가면서 새로운 기종을 연속해서 개발한다. 실패를 줄일 수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많이 소요되고 기술의 혁신 속도도 느리다.

 

하지만 중국은 풍부한 인력과 예산을 토대로 경제성을 무시한 채 신형 기종들을 잇따라 개발하며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공군 J-20 스텔스 전투기 편대가 비행을 하고 있다. AP통신

미 공군은 2010년대부터 차세대 공중 지배 프로젝트(NGAD)로 불리는 6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윌 로퍼 당시 미 공군 차관보가 “시제기가 비행에 성공했으며 다양한 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NGND는 유·무인 복합체계 등 미래의 전투체계와 기존 전투기를 포함하는 미 공군의 모든 무기를 한데 묶는 최첨단 개념의 미래 전투체계다. 

 

그만큼 매우 복잡한 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개발비와 도입비도 막대하다. 미 공군이 2020년대에 NGND의 초도 작전능력을 확보하려는 계획에 대한 실현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이와 관련해 프랭크 캔달 미 공군장관은 최근 “NGND는 아직 설계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7년 안에 초기작전능력을 갖추려면, 이미 제작에 필요한 엔지니어링 단계에 돌입했어야 한다. 미 공군의 기존 구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양한 시스템을 어떻게 융합해 NGND를 구성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2030년 이후에야 실전배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6세대 전투기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켈리 장군이 “미 공군이 적어도 한 달 동안은 경쟁자보다 먼저 6세대 항공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현재 중국의 6세대 전투기 개발 동향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J-20 5세대 스텔스기 배치를 확대하며 미 공군의 질적 우위를 흔들고 있다.

 

선진커 중국 공군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J-20이 이미 모든 지역에 배치됐다”며 “J-20 대수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비행거리도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군 J-20 스텔스 전투기가 선회를 하기 위해 기체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있다. 게티이미지

J-20은 2016년 주하이 에어쇼에서 처음 공개됐고, 2019년 중국 공군 건군 70주년 에어쇼에서 미사일을 장착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16일 6.25 전쟁 중공군 전사자 유해를 실은 수송기가 중국 영공에 진입하자 J-20 2대가 호위비행을 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제공권 장악 등의 임무에 투입될 전력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7월에는 F-35와 매우 비슷한 J-35 스텔스기가 공개됐다. F-35가 엔진이 하나인데, J-35는 엔진이 두 개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중국의 스텔스기 전력 팽창에 직면한 일본은 영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20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와 만나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등에 대한 협상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F-2 전투기가 퇴역하는 2035년을 목표로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추진하던 일본은 기술과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고자 영국이 진행하던 템페스트 6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에 주목했다. 개발비 분담과 규모의 경제 강화를 원하던 영국도 일본과의 공동개발에 긍정적이었다.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항공자위대의 6세대 전투기 상상도.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에 따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영국의 BAE시스템스가 체계통합을 맡고, 일본 IHI와 영국 롤스로이스가 엔진 개발을 진행하며 미쓰비시전기와 레오나르도 영국법인이 레이더 개발을 담당하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미국은 미군과의 상호운용성을 지원한다. 

 

다만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퇴진하고 리즈 트러스 총리가 취임하면서 일본 내에서는 영국 정부가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양국 정상이 협상 강화에 공감하면서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합의가 올해 말에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양측은 예전부터 6세대 전투기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고, 요구사항도 매우 비슷하다는 점에서 공동개발에 합의하면 비교적 빠른 속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6세대 전투기 개발 핵심 변수는

 

미국과 중국, 일본이 앞다투어 6세대 전투기 확보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개발에 성공할 국가는 어디일까.

 

어떤 나라가 먼저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인가는 관련 핵심 기술의 확보 여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전투기가 방출하는 열을 관리하는 기술은 6세대 전투기가 갖춰야 할 핵심 기술이다. 

 

영국이 개발중인 템페스트 6세대 전투기 상상도. 템페스트 프로그램은 일본과의 공동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투기에서 첨단장비의 비중이 늘면서 기체가 방출하는 열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F-35의 경우 F-16보다 5배 이상의 열을 내보낸다.

 

6세대 전투기는 고용량 네트워크 기술과 인공지능(AI) 탑재 소프트웨어, 레이더, 360도 전방위 공격이 가능한 레이저 등을 운용한다. F-35보다 더 많은 열을 방출할 가능성이 높다.

 

고열이 발생하면 적의 열 감지 장비에 항공기가 탐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레이더를 회피하는 스텔스 기술은 무력해진다. 방출되는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적의 센서에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기존에는 열을 기체 내부에 저장하거나 외부로 방출하는 방식이 있었지만, 수년 전부터는 이와 다른 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체의 열을 혁신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6세대 전투기 실용화도 그만큼 빨라진다. 

 

기체에 장착된 다양한 탐지장비들이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 융합해 조종사에게 제공하면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F-35는 기존 전투기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조종사에게 빠르게 전달, 조종사의 임무 수행을 돕는다. 6세대 전투기가 활동할 미래 전장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널리 쓰이는 2030년대 이후다. 

 

미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 탑재 엔진이 실험시설에서 연소시험을 진행하면서 화염을 내뿜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금이라도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환경에서 실시간 정보 제공과 의사결정은 필수다. 인공지능(AI) 기술 적용이 미국, 중국, 일본의 6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에 모두 포함된 이유다.

 

효율이 높은 엔진 제작도 필수다. 5, 6세대 전투기는 무기보다는 전자제품에 가까울 정도로 전자장비 비중이 높다. 그만큼 전력 소비량도 많다. 연료를 적게 쓰고도 먼 거리를 안정적으로 비행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전투기 중량 감소를 위한 소형화와 경량화도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연비와 동력, 가벼운 무게, 기술적 신뢰성을 모두 갖춘 전투기 엔진을 만들어야 한다. 전투기 엔진 개발에 20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전투기 엔진 개발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고, 일본은 영국 롤스로이스와의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얻을 수 있다. 

 

중국은 수십년 동안 전투기 엔진 개발에 투자를 해왔으나, 성과는 부진하다. J-20에 자국산 첨단 WS-15 엔진을 장착하는 것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J-20 양산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엔진 내부 온도가 섭씨 1350도를 넘어가면 갑자기 출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원인이었다. 다만 지난 5월 중국 언론이 “WS-15가 시험을 통해 이전보다 성능이 개선됐다”고 밝힌 것으로 볼 때, 지속적인 성능향상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6세대 전투기의 성능을 뒷받침할 첨단 엔진 확보에는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미 공군 F-35A가 비행 도중 음속을 돌파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유·무인 복합체계는 6세대 전투기의 기본사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은 2019년 F-22, F-35와 XQ-58A 무인전투기와의 통신 중계 시험을 실시한 바 있다. XQ-58A가 적 방공망 밀집지역 등 위험한 곳에 먼저 투입돼 정찰이나 방공 무기 제거 등의 임무를 수행하면, 유인 전투기가 진입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현대전에서 승리하려면 가장 먼저 하늘을 장악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고전하는 것도 전쟁 초기 제공권 장악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미국과 중국, 일본이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서두르는 것도 제공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쟁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지만, 제공권 장악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고 있다.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전쟁 주도권 확보에 핵심 역할을 맡을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대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