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에 충전 중이던 휴대전화 보조배터리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잠을 자고 있던 부부가 심한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배터리 판매 업체는 사고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나도록 연락도 잘 안 되고 사고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도 이천시에 사는 3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1일 새벽 3시30분쯤 잠을 자다가 갑자기 ‘퍽’하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주위를 살피니 거실 안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A씨가 자세히 보니 충전 중이던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 순식간에 소파를 태우고 거실벽을 따라 위로 타올랐던 것이다. 그는 바로 베개를 이용해 몇 분만에 불을 완전히 껐다.
A씨는 이 화재로 엉덩이와 다리에 2도 화상을 입었고, 배터리 가까이에서 잠을 자던 그의 아내는 사고 직후 양쪽 손가락과 손등, 손목 등에 2도 화상 진단을 받았다. 또 이들 부부 중간에서 잠을 자던 80일 조금 지난 신생아도 배터리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를 흡입했다.
A씨 부부는 맞벌이를 하는데, 이 화재로 수원시의 화재 전문 병원에 치료하러 다니느라 일도 못 하고 있으며 그의 아내는 아기도 보지 못할 정도로 손의 화상이 심한 상태다.
A씨가 사고 직후 촬영한 사진을 보면 넓적한 모양의 배터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으며, 배터리 내부 부품들이 터져 나와 흩어지면서 완전히 녹아버렸다. 배터리가 놓여있던 소파는 심하게 불에 타 쓸 수 없게 됐으며, 벽에는 검은 그을음이 생겼다. 공기청정기와 휴대전화 등 다른 집기들도 훼손돼 상당한 물적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배터리 판매 업체 D사는 사고 발생 후에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대처로 일관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D사가 처음 고객센터를 통해 A씨를 응대했지만, 이후 전화가 잘 연결되지 않았고 사고처리도 보험사에 맡겨뒀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28일까지 배터리가 왜 폭발했는지, 폭발 우려가 예고됐음에도 왜 판매했는지, 피해 보상은 어떻게 해줄 것인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답변도 듣지 못했다.
문제의 배터리는 중국의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제품을 D사가 국내로 들여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안전 인증을 받아 판매한 것이었다. D사는 지난 7월에도 유사한 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원인 분석을 진행한 바 있다. 즉, 이미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대기업 계열사가 제품의 위험성을 알고도 판매했다. 더욱이 KC 인증까지 받은 제품이 폭발했다면 소비자는 누굴 믿으란 말인가”라며 “D사는 부도덕하고 제품은 불량하므로 퇴출돼야 한다. 손해배상을 원하지 않으며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안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D사를 한국제품안전관리원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제품안전관리원은 KC 인증 제품에 대해 사고 조사 후 제품 수거 명령과 과태료 부과,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D사는 “KC 인증 기준에 맞춰 제조했으며 배터리 안의 과열 차단 부품의 불량 가능성이 있다. 본의 아닌 사고로 고객과 고객님 가족분들에게 피해를 드린 부분 위로와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인증기관 관계자는 “KC 인증을 받은 배터리가 폭발했다면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제조업체가 인증받을 때 기준과 다르게 제품을 제조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라며 “제품안전관리원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