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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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튀르키예·헝가리 찬성만 남아

기존 30개 회원국 중 28개국이 의회 비준 마쳐
튀르키예, 추가 양보 얻으려 지연 전술 쓸 수도
'親러시아' 헝가리, 나토·러 사이서 몸값 올리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30개 나라 중 튀르키예(터키)와 헝가리를 뺀 28개국이 자국 의회에서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안 비준 절차를 마친 가운데 마지막 남은 이 두 나라의 행보에 국제사회 이목이 쏠린다.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상황에서 핀란드·스웨덴은 하루빨리 나토 회원국이 되고 싶어하지만, 튀르키예와 헝가리 모두 복잡한 외교적 셈법을 하는 중이라 언제쯤 비준이 성사될지 의문이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헬싱키 안보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헬싱키=EPA연합뉴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북유럽 안보의 재구성’이란 주제로 개막한 헬싱키 안보 포럼에 참석해 행한 기조연설에서 “현재 유럽의 안보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병합 선언을 비판했다. “불행하게도 이 전쟁의 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전제한 니니스퇴 대통령은 핀란드의 안보를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 나토 가입을 신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토 기존 회원국으로서 아직 핀란드·스웨덴의 신규 회원국 가입안을 비준하지 않은 튀르키예, 그리고 헝가리를 상대로 여러 차원에서 외교당국 간 물밑 협의가 진행 중임을 소개했다. 이어 “두 나라가 적절한 절차를 거쳐 비준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각료 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앙카라=AFP연합뉴스

하지만 니니스퇴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비준이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선 튀르키예는 애초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했던 전력이 있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테러단체로 간주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 조직원들을 핀란드·스웨덴이 보호하고 있다”며 두 나라를 비난했다. “핀란드·스웨덴이 튀르키예에 무기 수출을 금지한 조치 역시 우리나라를 비우호국으로 대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결국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이 중재자로 나서 협상을 벌인 끝에 핀란드·스웨덴이 자국 내 PKK 관계자들을 엄격히 단속하고 튀르키예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도 해제한다는 조건 아래 튀르키예가 양국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절충안이 타결됐다. 문제는 이후에도 튀르키예가 “핀란드·스웨덴이 약속을 잘 지키는지 지켜보겠다”며 “조금이라도 신뢰를 흔드는 행동을 한다면 즉각 나토 가입에 반대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튀르키예가 양국으로부터 더 많은 외교적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비준을 계속 지연시킬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의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부다페스트=EPA연합뉴스

헝가리의 경우 현 빅토르 오르간 총리 정부의 노골적인 친(親)러시아 성향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헝가리는 나토는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그간 서방에서 러시아 제재 얘기가 나올 때마다 반대 의사를 밝히며 발목을 잡았다.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타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현 러시아) 대통령 장례식에도 유럽의 정상급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했다.

 

러시아는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입장인 만큼 헝가리로선 비준 지연을 통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일각에선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태도에 따라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회원국 가입 절차 완료가 연말까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