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공포의 하얀차’ 김근식, 외출·이동 제한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슈+]

법원 김씨 외출 금지 오후10시~오전9시 확대 적용
학부모 등 학생 등교시간 외 범죄 가능성에 우려
현행 법률로 제한 한계… 법무부 ‘사후 감호’ 법안내
일각 이중처벌 우려… 법조계 내년 상반기 적용 무게

“하교 시간에도 김근식 외출 금지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3일 수도권 지역 맘 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만기출소를 앞둔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54)의 외출금지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김씨는 2006년 경기도와 인천 일대에서 불과 4개월동안 초등생을 포함한 미성년자 11명을 연쇄 성폭행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고, 이제 형기를 마치고 이달 17일 출소 예정이다.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 인천경찰청 제공

전문가들은 김씨의 범행 수법을 볼 때 소아성애증이 의심되고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그는 2000년에도 아동 성폭행으로 징역을 살다가 출소하자마자 아동 성폭행을 저질렀고 범행이 10회 넘게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김씨의 외출, 이동을 얼마나 제한할 수 있을까.

 

◆등교 시간 외출금지명령 실효성 있을까?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김근식의 전자장치 부착 명령 준수사항 중 외출금지 시간을 기존 오후 10시∼오전 6시에서 오후 10시∼오전 9시로 늘려달라는 검찰의 청구를 지난달 26일 받아들였다. 등굣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행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 시간대를 제외하면 아이들이 언제든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외출제한명령은 상습적인 성매매나 청소년 성폭행범 등에 대해 3∼6개월간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외출을 제한하는 제도로 김씨의 경우 법원의 재량에 따라 3시간 더 연장했다. 하지만 외출 제한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어 애초에 현행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법무부는 추가 조치로 김씨에 대해 주거지 제한과 여행 시 신고 의무를 추가하고 출소하는 날부터 보호관찰관 1명을 전담 배치해 24시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안정적 주거지가 없을 경우 보호관찰관이 지정하는 장소에서 거주해야 하고 주거 중인 시·군·구가 아닌 지역을 방문하거나 여행할 때는 담당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하고 허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 역시 재범을 예방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의 경우 집 밖으로 나오면 바로 유치원이고, 보습학원인데 외출시간, 이동을 조금 제한한다고 예방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동 성범죄자나 재범 위험성이 매우 큰 제소자를 위한 보호수용제도 등을 논의하지 않으면 매번 누군가 출소할 때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무부 “아동 성범죄자 사후 치료감호 확대”

 

이런 우려가 커지자 법무부는 소아성기호증이 인정되는 아동성범죄자의 경우 치료감호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치료감호법 개정안을 지난 22일 입법예고했다. 치료감호란 재범 위험성이 있는 약물중독·소아성기호증 등 성향의 범법자를 국립법무병원 등 시설에 구금한 뒤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는 처분을 말한다. 

 

현행 제도로는 김씨처럼 항소심 변론 종결까지 검사가 ‘치료감호’를 청구하지 않았던 제소자는 해당 처분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13세 미만의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전자감독 대상자 중 재범 위험이 높고, 접근 금지명령 등 준수사항 위반 전력과 소아성기호증이 있는 경우 청구 기간 이후라도 ‘사후 치료감호’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재범 위험이 높은 소아성애 아동 성범죄자에겐 횟수 제한 없이 치료감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일각에선 이미 형기를 마친 범죄자에 대한 이중처벌이라는 비판론이 나오지만, 지금으로선 찬성 여론이 더 커 보인다. 이를 의식하듯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치료감호는 과거 범죄자를 재차 차벌하자는 게 아니라 재범을 막기 위해 보안처분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월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소아성기호증 아동성범죄자 치료감호 확대 추진 관련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정쟁의 대상이 되는 법이 아닌 만큼, 법안은 무사히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 이 법안이 실제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김씨에게 추가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역으로 이 법안 시행까지 상당기간 김씨에 대한 추가 조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한 장관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흉악범죄”라며 “개정안을 통해 국가가 아동과 청소년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