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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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 납시오”… 능행차 3년 만에 재현

서울·경기 등 8~9일 공동행사

인력 2900명·말 345필 동원해
창덕궁~화성 융릉 43㎞ 순례
LED 기술 활용 ‘배다리’ 구현
제향·전통 무용 등 체험행사도

1795년 윤2월 조선의 22대왕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을 방문하기 위해 창덕궁을 나섰다.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회갑을 맞은 해였다. 한양 도성부터 현륭원이 위치한 수원 화성까지 대대적으로 이뤄진 이날 원행(園幸)은 정조의 효심과 지역의 신하와 백성들을 만나는 애민정신이 깃든 행사로 꼽힌다. 원행은 조선시대 왕이 부모의 산소로 행차하는 것을 말한다.

정조 시대 대표적인 화가 김홍도가 이끄는 도화서 화원들은 정조의 7박8일 일정을 ‘원행을묘정리의궤’라는 책에 상세히 기록했다. 특히 정조의 행차 장면을 파노라마처럼 그린 반차도(班次圖)는 정조를 수행한 1779명의 인원과 779필의 말이 행진하는 웅장한 모습을 담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의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빗 속 ‘수문장 임명의식’ 거행 비가 내린 3일 서울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전국 수문장 240여명이 모여 임명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조선왕조실록 예종 1년인 1469년 수문장 제도를 최초로 시행했다는 기록을 근거로 수문장 임명의식을 궁궐 문화행사로 재현하고 있다. 올해는 경복궁에서 수문장 교대 의식이 이뤄진 지 20주년을 맞는 해다. 서상배 선임기자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이 같은 정조의 원행을 경기도, 수원시, 화성시와 함께 오는 8~9일 재현한다고 3일 밝혔다. 1996년 수원시가 시작한 정조대왕 능행차 행사는 이후 서울시, 화성시, 경기도가 참여했다. 서울 구간에는 400명의 인력과 말 20필, 경기도 구간에는 2500명과 말 325필이 동원된다. 왕의 행차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년(59.2㎞)보다 줄어든 43.5㎞ 구간으로 나눠 진행된다.

서울 구간에서 정조 행차는 창덕궁을 출발해 종로3가를 지나 세종대로사거리로 향하는 강북 구간, 한강을 건너는 노들섬 구간, 금천구청에서 시흥5동주민센터(시흥행궁)로 향하는 강남 구간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경기도에서는 시흥행궁을 출발해 안양역, 유한양행군포중앙연구소, 의왕기아자동차앞, 화성행궁, 대황교동 등을 지나 융릉에 도착하는 코스로 이어진다.

올해는 정조가 한강을 건널 때 설치한 배다리(배를 연결해 만든 다리)를 LED(발광다이오드) 기술로 구현했다. 노들섬에서는 정조가 미디어 배다리를 통해 한강을 건너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강북 구간에서는 정조가 혜경궁 홍씨에 미음을 올리는 미음다반, 잡귀를 쫓는 의식을 공연화한 나례시연, 수원 행궁광장에서는 길마재 줄다리기, 융릉에서는 현륭원 제향공연 등이 진행된다. 노들섬에서는 격쟁(백성들이 징을 치며 왕에게 호소하는) 상황극, 정재(전통 무용) 공연 등이 펼쳐진다.

행사 진행을 위해 행사 당일 서울, 수원, 화성 시내 일부 구간은 교통이 통제된다. 종로 율곡로, 돈화문로, 금천구청 일대 등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대중교통 이용이 권장된다.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당대 최고 문화예술 종합축제였던 정조대왕 능행차가 오랜만에 재개된 만큼 거점별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마련했다”며 “많은 시민들이 찾아 오셔서 정조대왕의 효심·애민·소통의 정치를 기리고 일상의 활력을 찾아가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