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든지 마약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오만과 무지 사이에서 23년간 중독자로 수감과 출소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인천참사랑병원 중독상담실의 최진묵 실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 ‘마약류 퇴치 교육 지원에 관한 입법 토론회’에 참석해 중독자에서 회복 상담사로 거듭난 사연을 공개하면서 이렇게 털어놨다.
최 실장은 또 “수감 중 단 한번도 마약 예방교육이나 치료를 경험하지 못했다”며 “마약 중독은 치료받는 게 아니라 구속과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고 지난 세월을 돌이켜봤다.
최근 대중매체에서 중독 경험과 더불어 탈출기를 연달아 소개해온 그는 이 자리에서 현행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규정’ 등 관련 제도의 기저에 ‘처벌 능사 주의’가 깔렸다고 지적했다. 치료·재활 프로그램 연계가 부족한 형사 처벌의 현실과 치료보호제도의 존재 이유를 잘못 인식하고 있는 마약류 사범들을 비판하면서 전반적인 중독자관리 시스템이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처벌만으로는 ‘마약 사범’ 없앨 수 없어…치료와 재활 동시 이뤄져야
마약 전과 7범인 최 실장은 수감 중 우연히 ‘마약 중독은 치료가 되는 질병’이라던 참사랑병원 원장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찾아간 게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소개하면서 이후 삶 자체를 다시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걸어왔다고 전했다.
처벌만으로는 마약류 중독자의 재범을 줄이는 데 한계가 뚜렷한 게 현실이라면서 교도소 출소와 함께 치료와 재활이 동시에 이뤄져야 중독자들을 다시 사회의 양지로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약류 사범 대책이 적극 실현되지 못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먼저 마약류 사범에 대한 형사 제재를 보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마약류 사범 보호관찰과 형사 처벌 자체는 ‘중독’을 애초부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출발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마약류 사범은 처벌 후에도 지속 관리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며, 집행유예나 기소유예 등의 판결 때는 실효성 있는 치료·재활 프로그램 연계를 거쳐야 재범을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또 ‘엄벌 만능 주의’ 시각을 견지하는 검찰이 치료보호제도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이 제도를 수사 협조의 대가로 주어지는 제도 정도로 인식하는 마약류 사범도 적잖다고 비판했다. 치료보호 대상자로 선정돼도 의지나 목적 없이 기간만 채우면 된다는 태도를 드러내는 탓에 도리어 효과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현행 치료보호규정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에 따라 판별 검사에서 마약류 중독자로 판명된 이들을 대상으로 심의를 거쳐 그 기간을 정해 명하도록 규정된다.
나아가 마약류관리법은 ‘판별 검사 기간은 1개월 이내로 하고, 치료보호 기간은 12개월 이내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보호기관이 중독자의 치료보호 연장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연장할 수 있지만, 그 기간이 끝나거나 판별 검사에서 중독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될 때 등에는 보호를 종료해야 하는 만큼 사후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할 수밖에 없다.
◆중독 경험자가 스스로 마련한 자활 시설 ‘다르크’… 수도권 치료 병원은 단 1곳
최 실장은 “마약류 사범은 출소 후 보호관찰이 아니면 지속해서 관리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오로지 자신의 의지에만 의존해 재범을 억제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재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관리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호소다.
인천과 경기 남양주, 경남 김해에는 약물중독 경험자의 자활을 돕는 시설인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가 있다. 인천 다르크를 관리하는 최 실장은 국가 지원 없이 이들 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재정과 인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면서 현재와 같이 지방자치단체 지원에만 의존한다면 이 같은 시설의 전국적인 확대와 효과적인 운영이 어려울 거라고 내다봤다.
최 실장은 “수도권 일대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마약 중독 전문치료 병원은 강남을지병원 지정 해제 후 인천참사랑병원이 유일하다”며 “중독자 개인이나 검사가 치료보호를 신청하고자 해도 실제 의뢰할 기관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