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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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물티슈 계속 쓴다… 후퇴하는 환경 정책 [이슈+]

일회용 컵 보증금제 12월로 미루고 세종·제주에서만
플라스틱 함유된 물티슈 사용 금지도 3년 유예 검토
향후 로드맵 없어… “尹정부 탈 환경 정책” 비판 일어

정부가 올해 12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축소 운영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식당 내 일회용 물티슈 사용 금지 조치도 3년 유예를 검토하면서 자원순환 정책이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 물티슈 사용 금지를 3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도 올해 6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일을 12월로 미루고 시행 지역도 세종과 제주로 축소한다고 발표해 논란이 됐다. 

 

2018년 쓰레기 대란 이후 환경부는 시민사회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기로 했지만 이번 정부 들어 이를 차례로 뒤집는 모양새다. 시행을 목전에 두고 정책을 뒤집은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플라스틱 재질 식당용 물티슈, 재질 바꿀 때까지 기다린다?

 

환경부가 일회용 물티슈 사용 금지 3년 유예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물티슈 재질을 종이로 바꾸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물티슈는 폴리에스테르와 레이온 등 합성수지로 플라스틱이 40∼50% 함유되어 있다. 이에 업계가 물티슈 재질을 천연펄프로 바꾸는데 3년 정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환경부에 제기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업계의 눈치를 보느라 그간 ‘일회용 물티슈’ 규제를 주저해왔으며, 또 다시 물러서려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2018년에 수립된 제1차 자원순환 기본계획이나 2019년 발표된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 등에 1회용 물티슈를 포함하지 않았다. 지난 1월에서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안’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뒤늦게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위생물수건이나 플라스틱이 없는 물티슈를 사용하게 되면 플라스틱을 연간 28만8000t 줄이는 효과가 예상된다.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마치고 규제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빠르면 올해 안에 공포될 예정이었는데, 현재로써는 이마저 유예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탈 환경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회용 물티슈는 방부제가 들어있어 분해되는 데 500년 가까이 소요된다. 또 위생상의 문제로 재활용이 어렵고 소각하더라도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생산량도 컵, 숟가락, 빨대 등보다 훨씬 많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위생용품 품목유형별 생산 현황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식품 접객업소용 물티슈는 한 해에 34만3024t이 생산됐는데, 전년 대비 2만6527t 증가했다.

 

신우용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생분해 물티슈 등이 나와도 완전히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소각을 해야 하고 종이 물티슈 역시 완전히 검증된 것도 아니다”라며 “기술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지 말고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환경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렵게 공론화한 것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축소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계획도 안 밝혀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급증하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로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주문할 경우 가격에 보증금 300원을 추가하고, 빈 컵을 반납할 때 환불받는 제도다. 환경부가 2019년에 발표한 ‘단계별 계획’(로드맵)에 포함된 내용이다. 당시 환경부는 2022년까지 1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2022년에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전국적으로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 계획을 축소해, 12월부터 세종, 제주 두 곳에서 시행하기로 했다. 전국 확대 일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도 전국 확대 실시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미 2년의 준비 기간과 6개월의 추가 유예기간이 주어졌음에도 사업 규모를 ‘시범사업’ 수준으로 축소한 것이다. 그나마 세종시의 규제 범위도 조치원읍 등을 제외한, 정부청사가 있는 행정복합도시로만 한정된다.

 

이에 환경단체들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까지 환경부를 질타하고 있다. 임의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향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6개월 유예 한 환경부에 굉장히 실망했다”며 “코로나19가 최근 발생한 문제도 아니고, 환경부가 밀리기 시작하면 결과적으로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고 일갈했다. 이어 "환경은 죽고 사는 문제다.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환경부는 최후의 마지막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