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에서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피해자가 구급차에 실려가며 남긴 말이 탐사 보도 방송에 의해 전해져 공분이 일고 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수 의처증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피해자의 자녀들이 상처 입을까 봐 경찰이 보도 자제를 요청해 기사화는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전남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7일 오전 5시25분쯤 전남 여수시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린 여성이 결국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 A씨는 사건 당일 자신을 피해 차량으로 피신한 아내 B씨를 쫓아갔고, 주변에 있던 벽돌로 차량의 운전석 유리를 내려쳐 깨뜨렸다.
아파트 경비원이 이를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아내 B씨가 저항하며 도망을 치려하자 A씨는 B씨를 차량 뒤쪽으로 데리고가 바닥에 주저앉은 후 흉기로 B씨를 수차례 찔렀다.
부검 결과에 따르면, 아내 B씨는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몸 10여곳 가까이 찔렸고 결국 사건 발생 닷새 만에 숨을 거뒀다.
검찰은 B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조만간 관련 1심 선고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 사건은 ‘미성년자 자녀들이 상처 입을까 봐 염려된다’는 유족들의 걱정에 경찰이 보도 자제를 요청해오면서 기사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A씨가 1심 재판 중에도 세 자녀들에 친원을 포기하지 않고, 그의 가족이 후견인 역할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B씨 가족은 뒤늦게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방송 인터뷰에도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일 방송된 ‘실화탐사대’ 방송에 따르면 B씨는 구급차에 실려가기 전 “저 죽어요? 우리 아기들 어떡해. 저희 아기들…”라고 말했다.
B씨의 어머니는 B씨가 가족들 앞에서도 아이들을 걱정을 했다고 전하며 “애들 때문에 (B씨가) 눈을 못 감는 것 같아서 애들 걱정 말라고 얘기하니까 딸이 울더라”고 했다.
B씨 유족은 “피해자(B씨)와 가해자(A씨)는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자녀 셋을 둔 15년차 부부”라며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했으나, 피해자는 가해자의 의처증으로 인해 지인에게 ‘(자신이) 곧 죽을 것 같다’며 호소할 정도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주 지쳐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B씨는 세 명의 자녀들 때문에 그동안 이혼을 참아왔지만, A씨가 아이들 보는 앞에서 흉기로 위협하고 아이들까지 폭행하려 해 이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B씨가 이혼을 요구할 때마다 A씨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식으로 넘어갔다고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혼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던 끝에 이런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범행 직후 A씨는 인근 산으로 도주했다가 경찰 인력 130여명이 투입된 끝에 검거됐다. 그는 경찰에 범행 후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산에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아내가 차에서 내리지 않아 칼 가지러 올라갔다. 겁 주려고 칼 가지고 갔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