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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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세계적 흐름 맞춰 ‘사형제 폐지’ 논의 시작해야”…국민 69%는 ‘존치’ 찬성

‘세계 사형폐지의 날’ 맞아 성명…인권위 “사형제의 범죄 억지·예방 효과 검증된 바 없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는 ‘세계 사형폐지의 날’인 10일 우리나라가 지난 20여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점 등을 언급하면서 ‘사형제 폐지’를 강하게 촉구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한국도 전 세계적인 흐름에 맞게 사형제 폐지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송 위원장은 이어 “사형제 존치의 대표적 이유로 거론되는 사형제의 범죄 억지와 예방 효과는 국내외에서 검증된 바 없는데도,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사형제가 유지된다”며 “사형은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인위적으로 생명권을 박탈하는 비인도적인 형벌이고, 모든 기본권의 전제인 생명권을 침해하는 만큼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성과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 세계 3분의 2에 해당하는 144개국이 사형제를 완전히 폐지하거나 더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고,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국가는 55개국에 불과하다”며 “인권위의 2018년 조사에서 적절한 대체 형벌 도입을 전제로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는 의견이 66.9%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3일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24년여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는 대한민국을 2007년 이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해오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사형제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송 위원장은 “세계적 흐름과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어 대한민국도 사형제 폐지에 본격적으로 나설 때”라며 “이제 정부도 사형제 폐지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국내 종교·인권 관련 단체들도 앞서 ‘제20회 세계 사형폐지의 날’을 앞두고 지난 7일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국민의 생명을 직접 빼앗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며 사형제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단체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은 사형폐지국가다’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내고 “참혹한 범죄를 참혹한 형벌로 응징하는 일은 그 자체로 참혹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제20회 세계 사형폐지의 날 기념식’에서 한 참석자가 종교·인권 관련 단체들의 결의문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는 모두 59명이다.

 

사형제는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도 과거 올랐는데, 1996년 11월28일과 2010년 2월25일 사형제를 규정한 형법 41조 등에 대해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지난 7월에도 사형제 존폐를 가르기 위한 공개변론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국민 여론은 대체로 사형제 존치에 우호적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의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7.3%가 사형제 존치를 택했고, 올해 7월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사형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69%가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