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을 1000일 같이 보냈습니다.”
지난 8일 취임 100일을 맞은 이기재 서울 양천구청장은 석 달 남짓한 기간이 1000일로 느껴질 만큼 밀도 있게 보냈다고 했다. 지난 4일 세계일보와 만난 이 구청장은 “생각한 것보다 업무 강도가 더 세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제주도청에서 근무해봤기에 구청장의 업무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며 “그런데 실제 해보니 구청장은 큰 과업부터 미세한 민원까지 총망라하기에 업무량이 많고, 다 챙기려면 한도 끝도 없더라”라고 전했다.
이 구청장은 지난 100일간 각 부서와 소통하며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저는 굉장히 효율을 중시하고 주인의식을 강조한다”며 “겉멋 든 행사나 정책은 거품을 쫙 빼고 양천구 발전과 복리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공직자들이 예산을 내 주머니돈이라 생각하는 주인의식이 있다면 겉멋 든 행사에 허투루 쓰지 않으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부터’도 이 구청장의 소신 중 하나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안 하면서 누구한테 요구하냐”며 “징징대는 거 싫어한다. 남에게 뭘 해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우리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원칙을 갖고 양천구의 숙원인 김포공항 소음 피해 문제도 풀려 한다. 당장 내년부터 3년간 소음 피해 지역 주민에 재산세 40%를 감면하기로 했다. 양천구 4만2900가구가 해당된다.
소음측정기도 직접 설치한다. 현재 양천구에는 국토교통부 5개, 환경부 2개, 서울시 1개의 소음측정기가 설치됐지만, 신정·신월동 등지 주민들은 측정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마다 주민이 느끼는 괴로움과 측정값 사이 괴리가 커서다. 양천구는 현재 위치에 측정기를 추가 설치해 두 값을 비교하기로 했다.
설치 지역도 확대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한 소음대책지역보다 그 옆 지역이 소음이 심하다고 보고 이곳에서도 측정해 보기로 했다. 아울러 청력 정밀 검사를 실시해 피해 정도를 계량화하고, 공항 소음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공항소음대책센터를 만든다.
목동 아파트가 있는 양천구의 또 다른 과제는 재건축이다. 일단 정부가 8·16 부동산 대책에서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기로 해 다소 숨통이 트였다. 현재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조건부 재건축)을 받으면 2차 정밀안전진단인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를 지방자치단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받도록 바꾸려 한다. 요청권을 갖게 될 지자체가 서울시와 구청 중 어디일지가 관건이다.
이 구청장은 구청장에게 요청권을 달라고 강조한다. 그는 “안전진단을 안전이 아닌 집값 문제로 보니 안전진단으로 부동산 수급 조절을 하고 있다”며 “기초단체장 단위로 오면 철저히 안전 문제로만 이를 판단하기에 구청장에게 요청 권한을 줘야 한다”고 했다. 더 높은 자리를 바라보는 광역단체장은 집값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토목공학 전공에 도시공학 박사로서 12년간 건설사에서 일한 그는 더 나아가 아예 적정성 검토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땅의 용도·용적률 규제도 모두 없애야 한다고 본다. 그는 “이 규제를 완전히 폐지해서 자유 도시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그래야 미래 도시가 탄생하지 안 그러면 비슷비슷한 판상형만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지하철 소외 지역이 많은 양천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신월사거리역 신설안을 제시했다. 지하철 2호선 지선을 연장해 신월동 교통사각지대를 해결하자는 것으로, 아직 구상 단계다. 현재 양천구에는 목동선 경전철이 계획돼 있다. 서부트럭터미널 기부채납 부지에는 기존 계획된 뮤지컬 공연장 대신 수영장·탁구장 등 다목적 체육관을 짓기로 했다. 현재 이런 내용의 기본계획안을 서울시가 심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