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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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성폭행’ 오해로 동료 살해한 40대 공무직에 징역 24년 구형

검찰 “흉기를 이용한 범행...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피고인 “술취해 우발적 범행...선처해달라" 호소
아내 성폭행 오해해 동료 살해한 공무직 직원(앞줄 가운데). 연합뉴스

 

검찰이 직장 동료가 아내를 성폭행했다고 오해해 살해한 40대 공무직 직원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인천지검은 11일 오후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이규훈)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살인,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공무직 남성에게 징역 24년을 구형했다. 또 보호관찰명령 5년도 청구했다.

 

검찰은 “자백하고 있기는 하나, 돌이킬 수 없는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흉기를 이용한 범행이며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피고 변호인 측은 “최초 피고인의 동거가족이 신고했을 7월11일 오후 11시47분쯤 경찰이 일찍 도착했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상황적 아쉬움이 있다”며 “술에 취해 이성을 상실해 우발적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선처해 주시면 가족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도 이날 최후진술을 통해 “사람으로서 결코 하면 안될 일을 저질렀다”며 “사죄드린다”고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을 마치기 전 A씨에 대해 “살인 범행의 경위, 방법, 피해 정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보호관찰명령도 청구했다. 그러나 A씨 측은 “만취해 우발적 범행이 일어난 측면이 있어 중죄를 범할 위험성이 없다”며 검찰 측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당시 112신고를 했던 A씨의 동거가족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한번도 겪어 본적 없는 옷방 문이 부서지는 등 큰소리가 나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또 A씨에 대한 변호인 신문도 진행됐다. A씨는 변호인 측 신문에 “술에 만취해 있었고, 아내의 모습을 보고 성폭행을 당했다고 오해했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의 선고공판은 12월 1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는 지난 7월12일 0시 5분쯤 인천 옹진군 대청면 한 도로에서 면사무소 동료인 공무직원 B(52)씨의 복부 부위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당일 오후 피해자 B씨를 포함해 지인들과 함께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주거지로 다같이 이동해 술자리를 또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결과 일행이 모두 귀가한 뒤 A씨는 잠긴 방 안에서 옷을 벗은 채 잠든 아내를 보고 술김에 B씨가 자기 아내를 성폭행했다고 오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약 4㎞를 직접 운전해 B씨의 집 앞으로 가서 범행을 저지른 뒤 자수했다. 범행 당시 A씨의 혈중알콜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50%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셔서 술김에 B씨를 오해했다”고 진술했다.

 

A씨의 아내도 참고인 조사에서 “B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