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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교 3D프린터 10대 중 4대 ‘유해물질 정화 불가능’

3D프린터 사용 교사 7명 희소암 등 질병 발병

3D프린터를 사용한 교사들이 잇따라 희소암에 걸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올해 초 학교의 3D프린터 작업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학교에서 이용 중인 3D프린터 10대 중 4대는 여전히 유해물질 정화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교육부의 ’학교 3D프린터 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6·7월 기준 전국 학교에 설치된 3D프린터는 총 2만1349대로, 8900대가 상반기에 이용됐다. 교육부 조사결과 이중 필터가 없어 유해물질 정화가 불가능한 3D프린터는 42%(3737대)에 달했다. 또 38.8%(3457대)는 기계식 환기 장치가 없어 창문을 통한 자연 환기만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교직원노조와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가 지난 2월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사혁신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D프린터 교사 육종암 재해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2020년 학교에서 3D프린터를 자주 사용했던 교사 2명이 희소암인 육종암(발병률 0.01%)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는 지난해 실태조사를 벌였고, 학교의 3D프린터 작업 환경이 연구기관이나 기업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3D프린터 사용으로 암 등 질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교사는 지난해 말 기준 7명이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7개 부처는 올해 3월 ‘3D프린터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안전지침을 준수한 학교만 3D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작업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학교 현장은 여전히 열악하다. 환기시설이 없는 3D프린터를 사용한다는 비율은 1년 전(51.4%)보다 10%포인트가량만 감소했을 뿐이다. 

 

특히 어린이는 유해물질 노출 시 위험성이 더 높지만, 초등학교에서 이용 중인 3D프린터(1622대) 중 유해물질 정화가 불가능한 3D프린터는 660대(40.7%), 환기 장치가 없는 3D프린터는 744대(45.9%)에 달했다. 

 

체내 유해성이 높다고 지적된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소재를 이용한 3D프린터도 421개(4.7%)나 됐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ABS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나노입자를 분당 2000억개가량 방출시킨다. 육종암에 걸린 교사도 ABS 소재 3D프린터를 썼던 것으로 조사됐다. 3D프린터 이용 가이드라인도 되도록 ABS 소재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ABS 소재 이용 3D프린터는 초등학교에 90대, 중학교에 119대, 고등학교에 199대 설치돼있었다. 

 

유해물질 피해를 줄이려면 작업공간을 교실과 분리하고 작동 중에는 해당 공간 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학교에서 이용 중인 3D프린터 중 191개(2.2%)는 학생이 상주하는 일반 교실에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 교사 중 21.8%(715명)는 3D프린터가 가동 중인 공간에 상주한 경험이 있다고 답하는 등 교사의 안전불감증도 컸다. 교육부는 3D프린터 이용 교사는 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수율은 60.8%에 그쳤다.

 

교육부는 이번 실태조사로 안전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된 학교에 대해서는 현장에 나가 조치를 취하고, 향후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교는 3D프린터 사용을 중지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3D프린터 가이드라인에 3D프린터의 유해성을 강조하고,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교원 연수에 3D프린터 관련 내용을 포함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과 함께 3D프린터 작업 환경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며 “아직 환기 장치 등이 부족한 학교도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