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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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의 ‘쌀문화축제’… 임금님 수라상 오른 밥 드셔보세요 [지방기획]

역사·문화의 고장 이천시

19일부터 이천농업테마공원서 열려
가마솥밥·무지개 가래떡 만들기 등
닷새간 다양한 볼거리·먹거리 잔치
개막일엔 유명가수 특설무대 공연도

“가마솥에서 2000명분 쌀밥을 짓는 장면은 장관입니다. 구수한 냄새와 함께 반지르르 윤이 나는 하얀 밥은 군침을 절로 돌게 합니다.”(경기 이천시 관계자)

‘쌀과 도자기의 고장’ 이천시 대표축제인 ‘쌀문화축제’가 4년 만에 시민 곁으로 돌아온다. 다채로운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가 어우러진 축제는 가을 여행지를 찾는 가족 단위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열린 이천쌀문화축제 행사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대표 프로그램인 2000인분 가마솥 밥짓기를 하고 있다. 이천시 제공

12일 이천시에 따르면 ‘제21회 이천쌀문화축제’는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 모가면 공원로의 이천농업테마공원에서 열린다. ‘모락모락 밥 내음, 행복은 두둥실’을 주제로 13개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게 된다. 20년 넘게 이어진 축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을 막기 위해 그동안 잠시 휴지기를 가졌다.

축제가 열리는 이천농업테마공원은 중부고속도로 남이천 톨게이트(TG)를 빠져나오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지역 관광지다. 민선 8기 김경희 시장이 추진하는 ‘모가권 테마 관광벨트’를 따라 기존 개최지인 설봉공원을 벗어나 이곳에서 행사가 진행된다.

◆임금 수라상 오른 이천쌀…2000명분 가마솥 밥 짓기 행사

축제 기간 황금 다랑논에서는 모내기, 짚풀 공예, 탈곡 체험 등이 열려 옛 농경문화 체험을 돕는다. 인근 무지개 언덕에선 떡만들기, 떡메치기 체험이 이어진다. 먹거리 마당에는 가마솥 밥을 비롯해 이천쌀로 만든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된다.

아울러 동화 마당에서는 인형극과 어린이 난타체험이, 문화마당에선 거북놀이 보존회의 공연이 각각 열린다. 풍년 마당의 갯돌 마당극과 전통놀이, 전통혼례 체험과 윷놀이도 관광객의 이목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축제의 흥을 돋우는 특설무대도 마련됐다. 이곳에선 19일 오후 2시 유명 가수들의 개막 놀이를 시작으로 행사 기간 공연이 이어진다.

입장료는 무료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객에게는 인근 테르메덴 온천과 복합문화공간 라드라비의 입장권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축제의 중심인 이천쌀은 조선 성종 때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하던 것으로 유명하다. 비옥한 토지에서 맑은 물과 공기를 품고 자라 품질을 인정받는다. ‘임금님표 이천쌀’이란 브랜드로 독립해 음료와 아이스크림, 소주 등의 제조업체에서 최고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천시는 2016년부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협 등과 손잡고 새 품종 육성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적화된 품종을 찾기 위한 사업의 첫 번째 열매는 ‘해들’이다. 가을 햇살에 잘 익은 햅쌀이라는 뜻을 지녔다.

해들은 2017년 농촌진흥청에서 실시된 신품종선정위원회에서 뛰어난 밥맛과 재배의 안정성을 인정받아 ‘최고품질 쌀’로 선정된 바 있다. 시는 2018년부터 국내 육성품종인 해들과 알찬미로 전체 계약재배 면적의 96% 이상을 대체했다. 이천쌀의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해들과 알찬미는 외래품종보다 밥맛이 좋고, 재배 편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홍콩, 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 수출되는 이천쌀은 지난달에도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10㎏ 용량의 쌀 1900포가 미 동부 뉴욕과 뉴저지, 보스턴, 버지니아 지역의 대형마트에 입고됐다.

이번 수출은 최근 쌀값 하락으로 위기를 맞은 농가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시가 추진해온 것이다. 앞서 시는 지난 7월 초부터 이천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범시민운동을 벌여왔다. 덕분에 10㎏ 용량의 재고 쌀, 120만여포를 모두 팔아 치웠다.

2018년 이천쌀문화축제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대형 무지개 가래떡을 만들고 있다. 이천시 제공

◆역사·문화의 고장… ‘모가권 관광벨트’ 구상

경기 동남부에 자리한 이천은 역사와 문화의 고장이다. 동서 27㎞, 남북 36㎞의 표주박형으로 곳곳의 구릉 사이로 복하천과 송곡천, 청미천이 흘러 논농사에 적합하다. 충적평야가 발달해 삼국시대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번갈아 차지하던 이곳을 고려 태조가 처음으로 ‘이천’이라 불렀다. 복하천을 건너 전쟁에 승리한 것을 기념해 이섭대천(利涉大川)의 첫 글자와 끝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이곳은 1894년 갑오경장 때 이천군으로 근대 행정구역에 첫 편입된 뒤 1996년 이천시로 승격했다. 2010년 7월에는 서울시와 함께 국내 처음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선정된 바 있다.

이천은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품고 있다. 중부고속도로 서이천 나들목에서 신둔면 3번 국도변에 들어서면 이천쌀 전문 식당이 즐비하다.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 잡으면 수라상을 기다리는 임금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푸짐한 상을 받을 수 있다.

다시 3번 국도를 따라 장호원 방향으로 5분쯤 달리면 우측에 설봉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설봉산 자락에 170만㎡ 규모로 조성된 공원의 호수 주변에는 세계 유명 작가의 다양한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호수를 따라 우측으로 향하면 근현대 한국화단의 전통을 이어온 월전 장우성 선생의 작품과 고미술품을 접할 수 있는 시립월전미술관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 산을 오르면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영월암(보물 제822호)이 자리한다.

공원 안 도자전시판매장에선 200여명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관상용 도자기와 생활도자기 외에 장작으로 불을 때 도자기를 굽는 전통가마도 있다. 공원 위쪽에는 세계도자비엔날레의 중심인 이천세라피아가 둥지를 텄다. 인근 사음동 사기막골에는 조선 시대 질그릇을 굽던 가마터가 있어 40여명 작가가 몰려 산다. 이천 도자기는 1000년 전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중국 선비 서극이 ‘천하제일의 비색’이라고 극찬했던 고려청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봄에는 노란 물결, 가을에는 붉은 물결이 넘치는 산수유 마을도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백사면 도립리와 경사리, 송말리 일대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산수유 군락지가 있어 노란 꽃망울이 터지는 봄마다 ‘이천산수유축제’가 열린다.

여행으로 지친 몸을 달래려면 대형 온천욕장을 찾으면 된다. 실내 풀장까지 갖춘 이천의 온천들은 조선 세종 이후 600여년 역사를 지녔는데, 숙박시설과 식음료시설을 갖추고 테마파크 형태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이천=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