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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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요금·사육단축… 감축 수단 쏟아냈지만 현실성에 ‘머뭇’ [연중기획 - 지구의 미래]

환경부 ‘NDC 로드맵’ 전문가 회의

9개 분과 이행방안 도출
정부, 온실가스 감축 상향안 제출
2030년 내 2018년比 40% 축소
건물분야, 에너지 효율화에 무게
수송은 車 주행거리 단축 공감대
농축산선 소 출하월령 조정 논의

감축안 회의적 시각 감지
산업부문 냉매 대체재 지원 촉구
연안습지 흡수량 과대 산정 지적
전문가 작업반 이달 중 초안 공개
탄중위 등 심의 연말 최종안 결정
2023년 감축 가능 범위 제시될 예정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정해진 게 있고 지금 로드맵을 만들고 있는데….” “이번에 NDC 로드맵을 설계하는 과정에 그 부분까지 포함해서 개선하려고 합니다.” 지난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진행한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등에 대한 질의에 답하면서 이런 식으로 ‘NDC 로드맵’을 빼먹지 않고 언급했습니다.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환경부가 주도해 만들고 있는 NDC 로드맵은 모든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대전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감축 정책만 결정짓는 게 아니라 최소 2030년까지 에너지, 산업, 농축수산업 등 거의 모든 사회 부문에 구속력을 갖고 영향을 미치게 될 게 바로 이 NDC 로드맵입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정부는 유엔에 ‘2030 NDC 상향안’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원래 우리나라 NDC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26.3% 줄이는 걸 목표로 잡았는데, 상향안을 통해 40% 감축을 약속한 겁니다.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이 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아직 나오지만, 2050년에 온실가스 순배출량(배출량과 흡수·제거량을 합친 양)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징검다리 역할을 할 2030년 목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감축이 차차 이뤄지면 이뤄질수록 같은 양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이전보다 더 큰 비용이 소요될 게 자명합니다. 그러니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높은 감축률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2030 NDC 상향안을 준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부문별로 현실적 감축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내년 3월까지 마련해야 하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염두에 둔 겁니다. 이 국가 기본계획의 핵심이 되는 게 바로 NDC 로드맵입니다. 여기에 우리 사회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부문 각각의 연도별 감축목표가 정해질 예정입니다.

◆‘기후요금’부터 ‘소 사육기간’까지

 

우리가 한 달 안에 체중을 5㎏ 줄이겠다고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간에 섭취했던 음식의 종류를 바꾸거나 그 양을 줄여야 할 겁니다. 거기에 더해 하루 중 얼마간 시간을 내 꾸준히 운동도 하려 할 겁니다. 우리는 이렇게 이전과 다른 한 달을 살게 됩니다. 체중을 바꾸려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 삶의 양식 일부를 바꾸게 되는 겁니다.

 

NDC 로드맵에 담길 부문별·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마찬가집니다. 감축목표가 설정되면 우리 사회의 양식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변해야 할 겁니다. 현재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주도로 NDC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 중인 부문별 전문가 작업반의 논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변화가 우리 삶에서 그리 동떨어진 게 아닐 거란 걸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12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이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총 9개 분과(전환·산업·건물·수송·농축수산·폐기물·수소·흡수원·CCUS) NDC 로드맵 전문가 작업반 회의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부문별로 적게는 3차, 많게는 5차 회의까지 진행됐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연구기관 관계자 중심으로 매주 모여 회의하는 식으로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까지 회의에서는 각 부문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수단에 대해 주로 다뤘습니다. 특히 건물 부문에서 우리가 대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만한 것들이 여럿 제시됐습니다. 건물 부문 3차 회의에서는 ‘취사를 현재 감축 수단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으나 향후 고려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우리가 요리할 때 가스·전기 레인지 등으로 쓰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단 겁니다. 일단은 ‘고효율 기기 보급’이 그 안으로 제시된 상태입니다.

 

건물 부문 논의에서는 에너지 전환과 수요 관리가 주로 다뤄졌습니다. 건물에서 사용되는 석유·액화천연가스(LNG)와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해 나가는 것뿐 아니라 기존·신축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제고하고 건물 특성에 따라서는 에너지 사용량을 규제하는 데 정책이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 중 하나로 ‘기후요금’도 제안됐습니다. 세부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으나, 기존 전기·가스 요금과 별도로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물리고 거기서 확보된 재원이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한 지원금 등 형태로 쓰이는 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어디든 이동할 때 흔히 쓰는 자가용은 전기·수소차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죠. 뿐만 아니라 차를 이용하는 행태 또한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송 부문 2차 회의에서는 2030년까지 주행거리를 4.5% 줄이는 안이 논의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2030 NDC 상향안이 확정될 때 수송 부문 감축 수단 중 하나로 담겼던 겁니다. 당시 대중교통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직접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를 확대해 그 목적을 달성하기로 했습니다.

 

3차 회의에서는 전기차도 정책적으로 주행거리 단축 대상에 포함해야 하느냐가 화두가 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실적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 시 소형차 주행거리가 증가했다”며 이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결국 2030년에는 전기차 보급이 확산될 것이기 때문에 전체 차량 대상으로 주행거리를 관리하는 게 적절하다는 식으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다만 전기차의 경우 사업용이 아닌 일반 자가용까지 제한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수송 부문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단축해야 할 총 주행거리를 따진 뒤에 그 제한 대상을 확정하기로 한 채 이 논의는 마무리됐습니다.

 

NDC 로드맵은 ‘인간’뿐 아니라 ‘소’의 삶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사육소의 수명도 여기서 다뤄진 겁니다. 농축수산 부문 2차 회의에서 감축 수단을 정리하면서 ‘소 사육기간 조정’ 안이 논의됐습니다. 보통 소의 사육기간은 30개월 정도입니다. 2000년만 해도 23개월이었으나 상품성·수익성 등에 대한 고려로 기간이 늘었습니다. 소 출하 월령을 현재 30개월에서 24개월까지 줄일 수 있다면 한 마리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75%까지 줄어듭니다. 다만 회의에서는 이런 사육기간 단축 조치에 대해 ‘축산 농가 수용성이 낮아 면밀한 검토 필요’라는 평가가 내려졌습니다. 실제 농가에 안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감축 효과를 거두기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 본 겁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 안성목장에서 송아지 600마리를 대상으로 사육기간을 줄이기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줄일 수 있다’와 ‘줄여야 한다’

 

수용성 문제는 농가에 한해서만 제기되는 게 아닙니다. 산업 부문 5차 회의에서는 기술보증기금 탄소중립추진단이 ‘2021년 중소기업 저탄소·친환경 경영실태 보고서’를 통해 응답 기업 중 68.5%가 탄소중립·저탄소·친환경 경영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거기엔 이런 단서가 붙었습니다.

 

‘저탄소·친환경 경영에 따른 비용 부담에 대한 애로사항이 가장 크다.’

 

배출량 감축을 낙관하지 못하게 하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간 전문가 작업반 논의 내용을 보면 참여주체뿐 아니라 개별 감축 수단 자체에 대한 회의적 평가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산업 부문 3차 회의에서는 냉장·냉방 기기에 사용되는 불소계 온실가스 저감 기술에 대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냉매 대체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내 보급 확산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역시나 ‘친환경 냉매의 경우 높은 단가라는, 자연 냉매는 불안정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었습니다.

 

건물 부문 회의에서도 각각 상업빌딩과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인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와 HEMS(Home Energy Management System)에 대해 ‘감축잠재량을 30∼40%로 높게 평가하고 있으나, 현재 BEMS 효과는 10% 내외로 판단된다’며 ‘실제 감축잠재량이 높지 않고 비용 부담이 큰 수단’이라고 평가합니다.

 

이런 기술 수단에 대한 부정적 분석뿐 아니라 자연환경의 탄소 저장 능력에 대해서도 기존에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봤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2030 NDC 상향안에서는 이 같은 흡수원의 탄소 감축량이 2670만tCO₂eq(이산화탄소 환산)이 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흡수원 부문 2차 회의에서 지적된 게 연안습지 흡수량의 과대산정 문제였습니다. ‘갯벌복원·보호구역 지정 등 수단의 흡수량이 국내 연구단계에서 가장 높은 계수 값이 활용돼 산정됐다. 전국 평균값으로 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비판적 분석은 분명 각각 대책의 실제 감축 효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마치 각 음식의 단위당 열량과 운동으로 소모되는 시간당 열량 정보를 정확히 알고 나면, 좀 더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목표 체중을 달성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이런 감축 수단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소극적인 감축목표 제시로 이어질 수 있기에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현재도 인류는 막대한 양의 탄소를 대기 중에 내뿜고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탄소가 대기 내에 열을 가둬 기후위기를 심화시킵니다. 그러니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더 빨리, 더 많은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NDC 로드맵에 담길 연도별 감축목표가 충분히 도전적일 필요가 있는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전문가 작업반이 빠르면 이달 안에 내놓을 NDC 로드맵 초안에는 당장 내년부터 매해 달성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제시될 겁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관계자는 “전문가 작업반에서는 단수가 아닌 복수 시나리오로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며 “초안의 형태는 열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관계부처 협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중위) 심의·의결을 거쳐 오는 12월 중 최종안 형태로 결정됩니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8000만tCO₂eq(잠정치)이었습니다. 전문가 작업반은, 그리고 관계부처와 탄중위는 과연 여기서 우리 사회가 내년 한 해 동안 ‘줄일 수 있는 양’으로 얼마를 제시하게 될까요? 그건 정말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줄여야만 하는 양’과 같을 수 있을까요? 우리 모두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겁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