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2020년 1월20일. 코로나19는 그 이후 1000일이 된 15일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1000일 동안 국내에서는 국민의 절반인 2500만명 넘는 인구가 공식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만8000명이 넘는 이들이 코로나19를 앓다 사망했다.
신종플루나 사스(SARS), 메르스 등 과거에 겪은 여타 감염병처럼 코로나19도 조금만 유행하다 종식될 거라고 믿었던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2507만6239명이다. 이 중 6만8653명은 해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입국 후 확진된 사례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674만명, 서울 489만명, 경남 151만명, 부산 149만명, 인천 145만명, 경북 114만명, 대구 109만명, 충남 101만명 등 7개 시·도에서 10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확진자는 코로나19 검사에 응한 사람 중 '양성' 결과를 통보받은 경우만 집계된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총 1억9363만8131건 이뤄졌다. 국민 1인당 평균 3.8회 검사를 받은 셈이다.
방역 당국은 최근 대규모 항체양성률 조사를 통해 실제 감염된 사람은 1.5배 더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연감염에 의해 N항체가 생긴 사례는 전체 인구 약 5100만명(2021년 12월 기준 주민등록인구) 중 57.65%(약 2940만명)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누적 확진자 발생률 38.1%(약 1970만명)보다 19.5%포인트 높은 수치다. 즉 약 994만5000명은 무증상 감염으로 넘어갔거나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사망했거나 사망 후 검사에서 확진된 사례는 모두 2만8783명이다. 전체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을 뜻하는 치명률은 0.11%다.
지난해 2월26일부터 국내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한 번 이상 코로나19 예방접종에 참여한 사람은 국민 4511만6490명이다. 전체 인구 100명 중 88명, 성인은 100명 중 97명은 백신을 맞은 것이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87.1%, 3차 65.5%, 4차 14.6%, 최근 시작된 동절기 2가 백신 접종률은 0.3%로 점차 그 비율이 낮아지는 추세다.
올해 1월부터 지난 13일까지 확진자 67만6323명은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를 처방받았다.
코로나19 유행 1000일 동안 우리 사회는 여섯 차례의 큰 유행 파고를 넘어야 했다.
첫 대유행은 코로나19 첫 해였던 2020년 2~3월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에서 촉발됐으며, 일일 확진자 909명으로 정점을 찍고 떨어졌다. 2020년 8~9월 광복절 집회 전후로 발생한 2차 유행은 일일 신규 확진자가 441명까지 오른 뒤 안정됐다. 2020년 11월 시작된 3차 유행은 최대 1240명까지 확진자 수가 올라갔다. 이후 국내 일일 확진자 수는 꾸준히 세 자릿수를 보였다.
작년 7월 초 본격화된 4차 유행은 처음으로 네 자릿수의 확진자를 보였다. 이후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11월부터 12월 말까지 전파력과 치명률이 높은 델타 변이 영향으로 하루 최대 784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 2~4월 오미크론이 주도한 5차 대유행 전만 해도 누적 확진자 수는 100만명이 채 되지 않았다.
2~4월 기존 델타 변이에 비해 전파력이 2~3배 빠른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BA.1)가 우세종화됨에 따라 전파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이 영향으로 지난 1월 26일 사상 처음으로 하루 1만명이 확진됐으며, 3월17일 하루 확진자 62만1146명, 3월24일 하루 469명의 사망자를 낸 후에야 감소세로 돌아섰다.
6차 유행은 예상보다 빠른 7~9월에 찾아왔다. 이번에는 오미크론 BA.5 변이가 주도했다. 6차 유행은 지난 8월17일 18만788명 확진, 9월1일 112명 사망 정점을 기록한 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한 5~6차 유행의 경우 바이러스 특성상 전파력이 높지만 중증화율이 낮다. 아울러 방역의 '창과 방패'라 할 수 있는 백신과 먹는 치료제를 함께 쓴 덕분에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바이러스 변이도, 정권도 바뀌었다. 이에 따라 방역 기조도 점차 변화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초기 방역 전략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확진자를 빠르게 찾아내 격리하는 3T(검사-추적·격리-치료) 전략을 큰 축으로 했다.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과학방역', '표적방역'을 새로운 방역기조로 내세웠다. 자율적인 방역수칙을 강조하는 한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감염병 자문위)를 꾸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1월20일 코로나19 유입 이후 일주일 뒤인 1월27일 감염병 위기 단계를 '경계' 수준으로 격상했으며, 같은 해 2월23일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사상 처음으로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해 범정부적 대응에 나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을 때 전파 속도를 낮추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지난 4월 전면 해제되기까지 수많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특히 백신 접종 여부 다중이용시설 이용과 연계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제도는 1·2차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반면 방역 정책에 대한 반발을 키운 계기가 됐다.
마스크 정책도 변화해 왔다. 정부는 2020년 10월 전국의 다중이용시설 및 감염취약시설 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실내외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전면 의무화한 바 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지난 5월 대통령 선거 직전에 50인 이상 집회·공연·스포츠경기장을 제외하고 부분 해제됐다가 지난 9월26일 전면 해제된 상태다.
입국 전후 PCR 검사 의무도 지난 1일부로 해제됐다. 사실상 코로나19 관련 규제는 실내마스크와 확진자의 7일 격리의무 두 가지만 남은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국내에서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내년 봄쯤 코로나19 종식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새 변이 출현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최근 USC 아넨버그 보건 저널리즘 센터에서 열린 보건 관련 행사에서 "아직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감염 및 백신 접종으로 인한 면역 반응을 피할 수 있는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신상엽 KMI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발생 1000일이 되도록 유행이 지속되는 이유는 한 국가만이 아닌 국가 간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전 지구적으로 백신·치료제를 배분하는 등의 협력이 없는 한 코로나19가 종식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