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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 대응 위해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 앞당겨 시행 [한강로 경제브리핑]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내년 시행할 예정이던 외국인 국채 투자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를 17일부터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급격히 얼어붙는 채권시장의 안정을 위해 최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 재가동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 앞당겨 시행

 

정부가 내년 시행할 예정이던 외국인 국채 투자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를 17일부터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공공기관의 경상경비를 내년까지 1조1000억원 삭감하는 등 공공기관 예산 효율화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비거주자나 외국법인이 국채·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에 투자해 얻은 이자소득이나 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당초 내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시행령을 개정해 영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17일로 시행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계속되고 있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지난달 말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에 등재돼 채권시장 쪽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을 유인하기 위한 조치를 더 빨리 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 시행을 앞당기면 달러 유입이 늘어 원·달러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되고, 국채 금리 하향 효과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추 부총리는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해서는 “당분간 통화스와프에 관해서는 추가로 이야기하지 않겠다”면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주변국을 포함해 한국의 외화 유동성이나 경색 문제가 심화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입장을 지난번 콘퍼런스콜에서도 확인했고 이번에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 예산 절감 계획도 밝혔다. 추 부총리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까지 공공기관 경상경비를 1조원 이상 절감·삭감하겠다”면서 “공공기관 예산 효율화와 복리후생 분야에 대해서는 17일쯤 우선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예산 효율화는 내년까지 공공기관이 1조1000억원 규모 경상경비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올해 하반기까지 7412억원을 절감하고, 내년에는 4316억원을 삭감하는 방식이다.

 

◆정부, 채권시장 안정 위해 채안펀드 카드 ‘만지작’

 

금융 당국이 최근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최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시장 안정펀드에 이어 금융 당국이 채권시장 안정 방안 마련에 나서는 것이다.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시장 안정 목적으로 예전 최대 20조원 규모로 조성을 추진해온 채안펀드 재가동을 검토하고 나섰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2일 1조6000억원의 기존 채안펀드 재원을 활용해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을 우선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원회. 뉴스1

채안펀드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10조원 규모로 처음 조성됐다. 회사채 수요를 늘려 채권시장 경색을 막는 용도로 사용했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경색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20조원을 최대 목표로 다시 조성됐다. 금융당국은 채안펀드 조성 후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3조원가량을 모집해 투자를 집행했고 현재 1조6000억원이 남아 있다.

 

금융 당국이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 지원책을 마련한 것은 최근 들어 시장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들어 이날까지 회사채 발행 금액은 1조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조390억원 대비 66%나 감소했다. 회사채의 금리는 보통 국고채 금리와 연동해 결정되는데,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간 ‘신용스프레드’(회사채 3년물 AA-등급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 간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

 

14일 기준 1.113%로 올해 최대치다. 그만큼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화됐다는 뜻이다.

 

신용등급 AA급인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달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을 진행했는데 절반이 조금 넘은 1560억원의 주문만 받았다.

 

여기에 강원도가 레고랜드를 짓는 과정에서 산하 기업이 발행한 어음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지 않은 것도 시장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강원도는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의 특수목적회사(SPC)가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대신 회생절차 신청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ABCP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일정 기간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처지에 몰렸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투자심리 불안은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들이 주식투자자들에게 빌려주는 신용융자 금리가 최고 10%, 연체금리가 12% 안팎으로 오르면서 ‘빚투’한 개인 투자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속 예·적금 투자 고민해봄직

 

한국은행의 사상 두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등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연 5%에 가까워지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부진이 맞물려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되돌아오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하는 추세다.

 

16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과 적금 금리(우대 적용 단리 기준) 상단은 각각 4.60%, 5.50%다. 이들 은행 대표 예금 상품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다.

사진=뉴시스

하나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하나의 정기예금’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전후로 시장금리를 반영해 1년 만기 기준 연 4.6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별개로 하나은행은 오는 20일부터 예·적금 등 총 29종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95%포인트 인상해 적용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역시 별다른 우대조건 없이도 연 4.60% 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4.55%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14일(연 3.55%)과 비교하면 1%포인트 올랐다.

 

우리은행은 한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지난 13일부터 19개 정기예금과 27개 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인상했다. 대표 상품인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기본금리만으로도 1년 만기 기준 연 4.52%를 적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 금리는 연 4.18%다. KB국민은행은 매달 1회 이상 시장금리 변동을 점검해 기본금리에 반영하는데, 한은 빅 스텝을 고려해 다음 주 중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이미 연 5%대 예금 금리 상품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잇달아 더 올리는 추세인 만큼 시중 자금이 증시 등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와 은행 등 안전한 투자처로 되돌아오는 ‘역머니무브’ 흐름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또 은행 내에서도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예금에서 정기예금 등으로 자금이 옮겨가고 있다.

 

한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45조4000억원으로 8월 말보다 36조4000억원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이 32조5000억원 불어났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예·적금에 새로 가입하거나, 기존에 가입했던 예·적금 상품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금융소비자도 늘었다. 이미 가입한 예·적금이 있다면 만기를 확인해보고, 만기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면 만기까지 유지 후 해지하는 것이 좋다. 정기예금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통상 납입 기간에 따라 기본금리(우대금리 제외)의 40∼80%에 해당하는 이자만 받을 수 있어,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 이상 갈아타는 데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은행권에서는 예·적금에 가입한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중도 해지하고 다른 상품에 가입해 좀 더 높은 이자를 받는 게 낫다는 조언도 나온다. 만약 만기가 1∼2개월 남은 상황에서 기존 예금보다 조건이 훨씬 좋은 한정 특판 예금이 나왔다면, 예금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새로 예·적금 상품에 가입한다면 만기가 짧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김준영 기자 papenqi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