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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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통 사태’ 여진 여전…탈(脫) 카카오 움직임 가속화

소통 불편 겪은 시민들·피해 본 자영업자들 ‘대안 앱’ 찾기 나서

직장인 김모(29)씨는 지난 16일 네이버가 제공하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라인’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 ‘새 친구와 지금 대화를 시작해보세요’라는 메시지가 수십 개가 왔기 때문이다. 김씨의 지인들이 카카오톡 대신 라인을 사용하기 위해 해당 앱을 다운 받았던 것이다. 김씨는 “단체 대화방이 업무용으로 필요한데, 카카오톡이 먹통이 돼 라인에 들어갔더니 하루 사이에 가입한 지인들이 많았다”며 “앞으로 카카오톡 대신 라인 등 다른 메신저를 쓰자는 주변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내비 등 계열사 다수 서비스가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장애를 일으켜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톡 오류 메시지. 연합뉴스

지난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관련 서비스에 대규모 장애가 발생한 뒤 이틀이 지났지만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큰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은 ‘탈(脫) 카카오’ 움직임 속에 다른 대체재 찾기에 나섰다.

 

소통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물론,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도 ‘대안 앱’을 찾고 있다. 17일 오전 기준, 애플 앱스토어 순위를 보면 라인이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 지도, 우티, 티맵 등이 뒤를 이었다. 카카오의 경쟁사 앱들의 다운로드 수가 급증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동네 상권이 대학 밀집 지역이라 ‘카카오헤어샵’을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면서도 “이번 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다. 약정 기간이 끝나는 대로 카카오헤어샵에서 빠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대체 가능한 타 서비스를 소개한다. 복구 전까지 전환 이용을 권장한다’와 같은 내용의 게시글들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트위터에 올라온 한 게시글은 수천 회 이상 공유되기도 했다.

 

이날도 일부 기능이 여전히 복구되지 않으면서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졌다. 서울 강남구에서 케이크 주문제작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고객들의 주문을 전혀 받지 못했다.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고객의 구체적인 주문을 받아 왔는데, 여전히 접속이 어려우면서 주문을 확인할 수도 없다. B씨는 “카카오톡 채널로만 문의를 받고 있는데 계속 먹통이라 분통이 터진다”며 “기존 주문 내역도 확인하지 못해 배송도 못 하고 있다. 고객들의 불만이 커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등에서 지난 15일 오후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장애가 장기화하면서 불편이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경기 과천의 한 카카오T 주차 사전무인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올해 카카오 계정으로 통합된 포털 사이트 다음의 메일 기능도 정상적으로 복구되지 않아 직장인들이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박모(34)씨는 그간 업무상 보낸 메일 중 다음의 메일 계정을 쓰는 상대방의 메일이 모두 반송되는 사태가 벌어져 진땀을 흘렸다. 그는 “반송받은 메일의 사용자에게 일일이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다른 메일 계정을 알려달라’고 요청해야 했다”며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하는 것을 꺼리는 분들도 많은데 메일 업무가 이뤄지지 않아 아침부터 고생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시민 단체도 대책을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을 통해 “카카오 서비스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상황으로 단순한 서비스 중단 사태 정도로 볼 수 없다. 플랫폼 기업들이 서버와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재발방지 대책과 온라인 플랫폼을 관리∙감독하는 방안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한서·권구성·백준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