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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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 욱해 성적 욕설했다가… 2021년 ‘통매음’ 117% 급증

성범죄 인식 낮아 피의자 폭증

모욕적 말 ‘다수 인식’ 입증 불필요
온라인상 성적 혐오 발언 땐 성립
벌금 100만원 이상·취업상 불이익

2021년 4991명 입건… 10·20대 많아
20대가 41% 미성년자 21% 달해
“처벌 쉬워 합의금 노린 고소 주의”
A씨는 지난해 7월13일 오후 11시쯤 평소처럼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같은 팀 플레이어와 말 다툼을 벌인 끝에 고소를 당했다. 열심히 게임하고 있는데 같은 팀 B씨가 “지금 했어야지!”라며 훈수를 두자 울컥해 “실력도 없는 게 훈수를 두냐”며 욕설을 했다. B씨도 지지 않고 욕설로 받아쳤고, 격분한 A씨는 B씨가 공개한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해 그의 부모님에 대한 성적인 욕설을 세 차례 했다. 이틀 뒤 B씨가 A씨에게 “고소하겠다”고 알리자 A씨는 또다시 B씨 부모님에 대한 성적인 욕설을 했다. 결국 A씨는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돼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처럼 온라인상에서 성적인 말이나 욕설을 했다가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 이른바 ‘통매음’으로 입건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게임상에서 한 성적인 욕설도 통매음으로 처벌 가능해 고소 건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통매음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4991명으로 전년(2300명) 대비 117% 급증했다. 전년 역시 2019년(1591명)과 비교하면 44.5% 늘어났는데, 지난해엔 전년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 증가폭이 더욱 가팔랐던 셈이다. 성폭력처벌법이 제정된 2010년에 함께 생긴 통매음은 2010년대 중반까진 피의자가 1000명대로 유지되다 2016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입건된 피의자 4991명을 연령대별로 나눠 보면 20대가 2033명(40.7%)으로 가장 많고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가 1045명(20.9%)으로 뒤를 이었다. 미성년자와 20대가 전체 피의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 게임 등에 익숙하고 자주 접속하는 1020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통매음 피고소에 따른 걱정이나 고민상담하는 1020 세대의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본인을 미성년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게임을 하다가 상대방에게 ‘패드립’(패륜+드립, 부모님 등 가족을 농담의 소재로 하는 모욕을 의미하는 신조어)을 했다”며 “통매음으로 고소를 당했는데 학교나 부모님에게 연락이 가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통매음은 온라인상에서의 모욕적 표현을 처벌한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비슷하지만 공연성을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모욕죄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인 공연성이 입증돼야 죄가 되지만, 통매음은 성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면 범죄행위가 성립돼 상대적으로 처벌이 쉽다. 또, 성폭력처벌법에 삽입된 조항이라 성범죄로 분류되기 때문에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3년간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현직 공무원이라면 즉각 퇴직처리된다. 이 때문에 합의금 등을 노린 돈벌이 목적의 통매음 고소도 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통매음이 처벌이 쉬운 데다 형 확정 시 향후 취업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통매음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김형민 변호사(법무법인 태일)는 “우리나라 경찰서 어디를 가나 가장 바쁜 부서는 여성청소년과와 사이버수사과다. 요즘 여성청소년과엔 정상적인 업무가 안 될 정도로 통매음 고소가 쏟아지고 있다”며 “특히 합의금 등 돈벌이 목적의 고소가 많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게임상에서 한 욕설을 성범죄의 일종인 통매음으로 처벌하는 건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