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국민 대다수의 일상을 마비 상태에 빠뜨린 ‘카카오 사태’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언급하자 정치권에서도 여당과 야당 모두 “관련법을 정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자칫 기업 활력을 꺾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방송통신재난대책본부 점검회의’를 열고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관련 전문가와 함께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데이터센터 생존성을 제고하기 위한 강화된 보호조치 등 제도적·관리적·기술적 방안들을 검토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카카오 사태와 관련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정치권에서는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여야 모두 관련법을 정비해 향후 재발 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나라는 네트워크망 교란 같은 북한의 도발 위협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하는 만큼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다수의 국민과 전문가들은 과도한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을 하는 만큼, 여야가 독과점 방지와 실효성 있는 안전책을 위해서 합의해서 좋은 안을 조속히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모두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상임위는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황에서 해당 회사들의 ‘과도한 이중규제’라는 항의 때문에 21대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폐기됐다”며 “이제라도 국회가 나서서 관련법을 정비해서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 때 민생당 박선숙 전 의원이 발의했지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이날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카카오 먹통 방지법)을 제출했다. 주요 내용은 과기부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의 방송통신서비스에 관한 내용을 포함해서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기간통신사업자, 지상파방송, 종편·보도 사업자 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조 의원 측은 “데이터센터와 주요 온라인 서비스가 정부의 재난관리 계획에 포함되면 재난에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신속히 수습·복구하는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며 “카카오 먹통 대란 같은 초유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규제 도입’을 외치고 있고,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독과점’이 지목되는 만큼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도 독과점 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반칙 행위를 제재하는 데 더 힘을 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화재나 지진 등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 때문에 과도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자본력이 떨어지는 영세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며 “한 번 규제가 도입되면 없애기 어려우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