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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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 59% "연준, 금리 너무 많이 올려 경기부진 유발"

WSJ 66명 설문조사
美 전문가 63% “美 1년내 경기 침체… 2023년 성장률도 암울”

7월 조사에선 49%가 부정적 전망
코로나 초기 확산 후 첫 ‘과반’ 우려

제프리스 “고금리·강달러 큰 부담
美 GDP 성장률 2.5P% 하락 관측”
닥터 둠 “세계 금융위기 10년 갈 것”
中, 주식시장 부양책 마련 나서

미국의 경제전문가 10명 중 6명이 1년 내 미국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이후 2년여 만에 경기침체 예상이 절반을 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전문가 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향후 1년 내 경기침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7월 조사(49%)보다 1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WSJ 설문에서 과반이 경기침체를 우려한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다음 스텝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미국 경제전문가의 58.9%는 연준이 금리를 너무 많이 올려 경기부진을 유발하고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내년 경기 전망은 더 나빠졌다.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분기 -0.2%, 2분기 -0.1%(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로 후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7월 조사에서는 성장률이 각각 0.8%, 1%로 완만한 성장을 예상했으나, 마이너스 성장으로 바꾼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에 대한 의구심도 늘고 있다. 전문가 58.9%는 연준이 금리를 너무 많이 올려 경기부진을 유발하고 있다고 봤다. 7월 응답률(45.6%)보다 13%포인트 넘게 늘어났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영국의 경제성장률을 -1%로 기존 전망치(-0.4%)보다 하향했다. 현재 2.25%인 영국의 기준금리는 4.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법인세 인하조치를 철회한 것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성장 동력이 약화하고 재정 여건도 나빠졌으며, 내년 4월 법인세 인상 등을 감안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며 “더 심각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러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부 장관은 17일 예정보다 2주 앞당겨서 예산안을 일부 발표하며 트러스 총리의 감세계획을 추가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예측 잘하는 비관론자)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 미국 주간 타임 기고에서 이번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이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0년간 누렸던 대안정기(Great Moderation)가 끝나고, 불안정한 대스태그플레이션기(Great Stagflationary Instability)에 접어든 것이란 관측이다

루비니 교수는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거듭하는 것은 서민의 부채 부담을 가중하고 대규모 지급 불능 사태를 낳을 것”이라며 “이는 향후 10년은 지속할 글로벌 금융위기로 귀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화, 상대적 지정학적 안정성,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 기술 혁신 등으로 그동안 세계 경제는 낮은 인플레이션에 고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진행 중인 중국 당국은 주식시장 부양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유도하고 해외 뮤추얼펀드의 단기 거래 규제를 완화하는 등 증시 띄우기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18일로 예정된 3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당 대회가 진행 중인 와중에 3분기 경제 지표가 좋지 않을 경우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병훈·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