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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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정상화되고 있지만… 이미 마음 떠난 이용자들

서비스 정상화 속 ‘탈카카오’ 가속
다음 메일 등 여전히 복구 안돼
자영업자 “수수료만 받고…” 분통
“약정기간 끝나는 대로 탈퇴할 것”
라인·티맵 등 경쟁 앱 다운로드↑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 움직임도
법조계 “중재 통한 기업보상 최선”

카카오 5.93%하락 연저점 경신
장애 따른 기업손실 220억 예상
증권사마저 적정주가 대폭 하향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한 지 이틀째에 접어든 17일 카카오 주요 서비스들이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대부분 정상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일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큰 불편함을 겪은 이용자들은 카카오의 플랫폼 독점이 원인이라며 ‘탈(脫)카카오’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애가 있었던 카카오의 각종 주요 서비스들이 속속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점차 정상을 되찾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기준, 애플 앱스토어 순위를 보면 라인이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 지도, 우티(우리들의 택시), 티맵 등이 뒤를 이었다. 카카오의 경쟁사 앱들의 다운로드 수가 급증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업무용 단체 대화방을 쓰고 있었는데 카카오톡이 먹통이 돼 라인에 들어갔더니 하루 사이 지인 수십 명이 가입했다”며 “앞으로 카카오톡 대신 라인이나 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를 쓰자는 주변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일부 기능이 여전히 복구되지 않으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졌다. 카카오의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들도 ‘탈카카오’를 외쳤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동네 상권이 대학 밀집 지역이라 ‘카카오헤어샵’을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전체 예약 비중의 70%가량이 ‘카카오헤어샵’을 통해 유입된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카카오는 예약·결제 수수료를 각각 받는 데다가, 업체가 노출되려면 주 3만원의 광고비도 내야 한다. 수수료도 높은데 대처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계정으로 통합된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일 기능도 복구되지 않아 직장인들이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박모(34)씨는 그간 업무상 보낸 메일 중 카카오 계정을 쓰는 상대방이 보낸 메일이 모두 반송되는 사태가 벌어져 진땀을 흘렸다. 그는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하는 것을 꺼리는 분들도 많은데 메일 업무가 이뤄지지 않아 아침부터 고생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카카오 등의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한 SK 판교캠퍼스 화재 여파로 카카오의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킨 16일 오후 인천 서구 검암역 인근 카카오 T 바이크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톡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이날 네이버에는 ‘카카오톡 화재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과 ‘카카오톡 피해자 모임’ 등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카페들이 개설됐다.

법조계에서는 “제대로 된 배상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우리 민법은 ‘전보적 손해배상’(실제 발생한 손해액만큼만 배상하는 방식)이 원칙”이라며 “서비스 이용료를 기준으로 한 소액의 배상액을 넘어서 영업 손실까지 배상받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엄 변호사는 “소송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중재를 통해 최대한도의 기업 보상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엘앤엘)도 “이용자들의 (배상) 청구액과 배상액의 간극이 클 것”이라며 “카카오 약관에 ‘불가항력 손해’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데 카카오도 화재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카카오 통합서비스 약관의 ‘손해배상’ 조항에는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불가항력의 상태에서 발생한 손해’, ‘간접 손해, 특별 손해 및 징벌적 손해’ 등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SK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여파로 카카오그룹주 주가가 급락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카카오 등의 종목 시세가 나오고 있다. 남정탁 기자

◆카카오그룹株 ‘급락’… 시총 2조 증발

 

초유의 장기간 서비스 ‘먹통’ 현상을 빚은 카카오가 17일 주식시장에서도 된서리를 맞았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하루 만에 2조원 이상 시가총액이 빠져나갔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그룹 관계사들이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기업의 피해금액은 일단 2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카카오그룹 내 상장기업 4개사(카카오·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모두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카카오가 5.93% 하락하며 4만8350원을 기록, 연저점을 경신했고 카카오게임즈(2.22%), 카카오뱅크(5.14%), 카카오페이(4.16%)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로 장을 마감했다. 카카오그룹 상장사들은 장 초반에는 8∼9%의 하락률을 보이기도 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먹통의 원인을 제공한 SK C&C를 운영하는 지주회사 SK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64% 하락한 19만8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0.32%, 코스닥은 0.55% 상승한 것과는 대비된다.

 

같은 화재를 겪었지만 카카오와 달리 빠른 복구에 성공한 네이버(NAVER)는 0.91% 상승한 16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 계속 약세를 보였던 카카오그룹 상장사들은 14일 오랜만에 급등하면서 반등 기대감이 나왔지만 주말에 있었던 먹통 사태로 금세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하루에만 카카오그룹 상장사 4곳의 시가총액 2조561억원이 날아갔다.

 

지난해 12월 말 종가 기준 카카오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 108조2432억원과 비교하면 71조1332억원이나 감소했다.

 

서비스 먹통 사태로 인한 카카오 기업 손해 규모는 일단 220억원가량으로 예상됐다.

 

카카오로선 카카오페이 임직원 스톡옵션 행사 논란, 막대한 시장 점유율에 대한 비판에 이어 이번 서비스 불안정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큰 난관에 봉착한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잇따라 카카오의 적정주가를 내리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카카오는 사실상 전 국민이 이번 사태로 불편을 겪으면서 브랜드 프리미엄이 퇴색됐다”며 목표주가를 10만6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장한서·이지안·남혜정·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