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피더스’와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 ‘바나나킥 우유’, ‘가나 초코 우유’ 등으로 유명한 유가공 전문 기업 푸르밀이 내달 30일 사업을 종료하고 직원을 모두 해고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이날 전직원 약 400명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정리 해고를 통지하는 메일을 보냈다.
푸르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영업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다각화에 실패하면서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과 가공유 등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데 그친 데다 잇단 리콜 조치로 경영 부담이 커진 점도 배경으로 관측된다.
푸르밀 측은 “4년 이상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적자가 누적돼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다”면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해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푸르밀의 영업 손실액은 2020년 113억원에서 지난해 124억원으로 커졌다.
올해 들어 LG생활건강과 인수 작업을 진행했으나 무산돼 사업 종료로 선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LG생건은 지난달 5일에는 “푸르밀 인수는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당시 푸르밀의 노후된 설비로는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시각도 있다.
범롯데가인 푸르밀은 1978년 4월 롯데그룹 산하 롯데우유로 출발했다가 2007년 4월 분사했고 2009년 현재 사명으로 바꿨다.
분사 당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지분을 100% 인수했고, 지난해부터는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신 대표는 앞서 2018년 1월부터 전임 남우식 대표에 이어 취임했는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해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19년에는 88억원으로 커졌다. 일각에서는 신준호 회장이 부산의 소주 업체인 대선주조를 인수한 뒤 사모펀드에 파는 바람에 핵심 기반인 부산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외면을 받은 점도 부진한 실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르밀은 앞서 지난 8월21일 일부 제품에서 씨링 불량으로 누유가 확인됐다며 편의점에 납품한 가나 초코 우유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한 바 있다. 열흘 후에는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를 비롯한 가공유 제품 6종이 회수조치됐다. 전북 전주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보존력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는 게 당시 푸르밀 측 설명이다.
한편 푸르밀은 내달 3일 일반직과 기능직 전 사원 정리해고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완료 목표 시점은 내달 30일이다.
푸르밀 노동조합(노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신준호·동환 부자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분노를 느끼고 배신감이 든다”며 “강력한 투쟁과 생사기로에 선 비장한 마음을 표출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적자 원인이 오너 경영 무능함에서 비롯됐지만 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없었고 해고 회피 노력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올해 11월30일부로 모든 직원을 정리하겠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푸르밀 노조에서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전주·대구공장별로 인원도 축소해왔다”며 “일반직 직원들은 반강제적인 임금 삭감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회사 정상화를 위한 어떤 제시나 제안도 듣지 않고 노사 간 대화 창도 닫았다”며 “그러나 회장 급여는 삭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성곤 노조 위원장은 뉴스1에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인성을 바탕으로 어떤 조언도 귀담아 듣지 않고 무능력한 경영을 해오며 적자 전환구조로 탈바꿈했다”며 “2012년 매출 3132억원을 달성하며 건실하게 유지되던 회사가 2018년부터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신 대표를 겨냥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8년 신 대표 취임 이후 매출도 그해 2301억원에서 2019년 2046억원, 2020년 1878억원, 2021년 1800억원·영업손실 124억원 등으로 감소세를 이어왔다.
그러면서 노조 측은 “신준호 회장은 대선주조 매각 시 ‘먹튀’(먹고 튀기)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까지 받았으며 배임·횡령 등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 회장의 올해 초 퇴사가 계획적인 회사 정리에 따른 수순이라는 의혹도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말했다.
앞서 신 회장 등은 2004년 387억여원을 주고 산 대선주조를 3년여만에 3600억원을 받고 특수목적법인(SPC) 시원네트워크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유상감자·이익 배당 등 형태로 대선주조 자산 614억원을 빼내 이를 시원네트워크 채무 변제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노조는 또 “푸르밀이 제2의 대선주조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지방자치단체 도움을 얻어 타파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어떠한 도움이라도 얻어서 회사 정상화를 위한 방도를 마련하겠다며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조 일각에서는 푸르밀이 수백억원대 법인세 면제 혜택을 위해 법인은 청산하지 않고 존속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법인 청산 시 면제 혜택 받은 법인세를 반납해야 하는 탓이다.
이날 통보에 앞서 신동환 대표는 지난 5일 노조 측과 만나 사업 종료와 관련한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은 당시 “회사가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합리적으로 찾아보고, 어떤 고통도 감내하겠다”며 “안 되면 공개적으로 매각을 해서라도 직원들을 살려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뉴스1에 “신 대표와의 면담에서 ‘더 이상 얼굴 볼 일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당시 12월30일부로 사업을 접는다고 했는데, 그걸 신준호 회장이 당겼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이날 이번 결정을 철회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한편 지자체에 기자회견을 신청했다. 대대적인 상경 투쟁도 준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직원 350명과 직속 농가 50명, 화물차 기사 100명, 협력업체 직원 50명에 식구들까지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으라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