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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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보고한 게 상관 모욕죄? 이탄희 “軍 검사 황당한 기소 남발”

이 의원 “군 검사가 기소한 사건, 무죄 나면 인사상 책임 물어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법령시행안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공동 취재사진

 

공군 전대장의 장교 후보생 성추행 혐의를 신고받고 이를 절차대로 보고한 대대장이 상관모욕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대대장은 법정 싸움 과정에서 진급이 취소되고 강제 휴직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5월 공군 A전대장은 한 장교 후보생의 가슴에 명찰을 달아주면서 가슴을 눌렀다.

 

이 후보생은 B소대장에게 “성적으로 수치스러웠다”고 말했고, B소대장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C대대장은 “만약에 문제 삼고 싶다면 신고해도 좋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한 군검사는 A전대장을 성추행 혐의로 기소한 게 아니라 C대대장과 B소대장을 상관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군검사는 C대대장의 보고서류를 A전대장이 찢어 던졌단 사실을 소대장 8명을 소집해 알렸단 이유로 C대대장을 기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C대대장이 A전대장으로부터 “뷔페의 어원을 비롯해 가운뎃점(·) 및 슬래시(/)의 차이를 알아오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을 소대장들에게 알리며 “이런 게 갑질이 아니냐”고 말한 사실도 군검사가 문제 삼았다고 한다.

 

C대대장은 지난달 7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으나 4년간 소송비용으로 2억원을 쏟아부었으며 이 과정에서 진급이 취소되고 강제 휴직을 당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B소대장도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으나 진급에 실패해 전역했다.

 

이외에도 앞서 2008년에는 상관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한다고 호소한 여군이 명령불복종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기도 했다. 당시 2심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음에도 군검찰은 상고를 진행했다. 이 여군도 보직 해임과 강제 휴직으로 1년8개월의 군 이력의 공백이 생기는 등 경력에 큰 피해를 봤다.

 

이에 군검찰이 무죄 사건에 대해 기소 잘못을 따지는 제도를 운용하지 않아 무리한 기소가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됐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군검찰은 민간 검찰과 달리 사건평정위원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군검찰과 달리 민간 검찰은 위원장인 대검 차장검사를 포함해 내부위원 2명과 언론계·법조계·시민단체 등 외부인사 10명을 더해 총 12명으로 구성된 사건평정위원회를 통해 무죄 사건의 기소 적정성을 평가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이 의원은 “군검사의 황당한 기소 이후 무죄 판결이 났는데 누가 책임지느냐”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꾼 기소에 대해 내부 평가 시스템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인사상 책임을 제도적으로 분명히 해야 무리한 기소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 법사위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관련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